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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배우 이정재의 연기 캐리어에서 그의 터닝 포인트는 어떤 작품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 지점이 영화 관상에서의 수양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까지 관객들이 기대하던 스크린에서의 이정재의 모습이란 분명 그의 외모와 이미지에 최소 8할 이상의 뿌리를 둔 것이었고, 덕분에 그 이미지에 부합하는 역할이 주어졌을 때에는 마치 깔맞춤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에 본인도 어느 정도 안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영화 관상에서는 자신의 권력욕을 막아서는 그 어떠한 장애물(심지어 핏줄까지 포함하여)조차 용납하지 않는 수양대군으로 변신하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왕족으로써의 위엄이 묻어나지만 그 힘과 권위로 상대를 위협하는 듯한 발성과 말투', '욕망과 살기 외에는 다른 감정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눈빛' 등은 기존에 수많은 연기자들이 연기해 온 수양대군 캐릭터와는 살짝 결이 다른 이정재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물론 이정재가 마치 송강호처럼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마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소화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존에 자신이 장점을 가져온 캐릭터 외에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자기 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개척하게 된 것이다.

영화 관상에서의 수양 역할을 이정재가 아닌 다른 연기자로 대체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은 아마도 배우에게는 최고의 업적이 아닐까. 특히 영화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처음으로 수양이 등장하여 관상가(송강호)와 마주치는 장면은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영화 명장명중 하나이다.

관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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