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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의 하사웨이 - 키르케의 마녀
섬광의 하사웨이 1부는 시대에 걸맞는 세련된 작화, 영화 탑건을 떠올리는 전투씬 연출등 장점이 많지만 원작자 토미노 감독 특유의 불친절함 덕분에 스토리 전개는 시리즈 팬이 보더라도 뭔가 개운하지 않다.5년만의 후속작 키르케의 마녀는 이제 고전이라 부를만한 ’역습의 샤아‘로부터 1부까지 비워진 틈새 마디에 개연성을 부어 넣고 3부작의 뼈대를 일으켜 세우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겪는 극심한 PTSD, 이상과 애욕 사이의 갈등, 한 인간으로서의 나약함은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주인공의 모든 행위에 운명적인 개연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비극으로 예정되어진 3부작의 결말을 향해 방아쇠를 서서히 당기기 시작한다.딱 한가지 아쉬운점을 꼽자면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 나오는 건즈 앤 로지즈의 ‘Sweet Child O‘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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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머드 코어 VI 루비콘의 화염
어린 시절 로봇 애니메이션을 무척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아머드 코어를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았다. 일러스트만 봐도 낭만 치사량인걸.‘혹시 나에게 에이스 파일럿의 자질이 있을수도?’라는 그럴듯한 계획은 아주 잠시 유효하다. 게임 시작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치는 첫 대형 보스에게 쳐맞기 전까지. 게임의 기체는 인간형에 가까운 멋진 디자인일수록 맷집이 약한 유리몸이고 인간형과 멀어질수록 단단한데, 나의 기체는 인간의 그것과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다리가 4개라던지 아니면 탱크처럼 생겼다던지. 멋진 디자인과 2족형 다리는 장식일뿐 우선은 생존이 먼저다. 그 결과 지금 나의 기체는 멋.지.지. 않.다. 그것도 매.우.전체 분량에서 대략 절반을 넘긴 나의 모습은 어릴적 꿈꾸던 에이스 파일럿인 뉴타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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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XV
유명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1000 피스 퍼즐을 맞추는데 군데 군데 이가 빠져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퍼즐. 파이널 판타지 15의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이다.출시 당시 기술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목표 탓에 기술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최종 마감일까지 구현되지 못한 코드는 추후 업데이트를 기약하며 미뤄졌다. 결국 최종 책임자가 회사를 그만두자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각각의 퍼즐 조각은 꽤나 인상적인 부분도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친구들과의 진한 우정을 그린 부분은 뭉클한 감동을 받기도 했더랬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오랜 방황의 시작이 된 문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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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20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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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약 40여시간만의 엔딩 후기.그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시작된 이 게임의 스토리는 두가지 소실점을 향해 나아가며, 그 최종 선택은 화자이자 동시에 관찰자인 ‘나’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다. 어떤 결론을 택하던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고통스럽고 후회어린 선택지 말이다.‘이 게임이 올해의 게임상(GOTY) 후보인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이 올해의 게임상을 받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힘들 것 같다. 왜냐하면 신생 개발사로서 어쩔 수 없는 경험과 자본(또는 자원)의 부족에서 비롯된 빈 공간이 중간 중간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준 창의적인 전투 시스템 뿐만 아니라 벨 에포크 시대를 차용한 처연하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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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파이어 20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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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일본 문화의 뻔한 클리셰인 ‘타다이마(다녀왔습니다.) 오카에리(어서와.)’를 여기서도 볼 줄은 몰랐다. 그나마 한국어 자막으로는 “수고했어.“, ”고마워요.”로 센스있게 번역되었지만…호불호가 갈린다는 풀 CG 작화는 역동적인 스포츠 장면을 표현하는데는 나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어떤 순간의 장면이든지 작가의 원본 그림체와 동일한 것도 인상적이다.어느정도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관객을 대상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불친절함은 있지만, 올드팬들에게는 슬램덩크에 처음으로 빠져 들었던 그 순간으로 되돌려 주는 작품이다.제목에 덧 붙여진 ‘더 퍼스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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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일도 하사불성
사건(?)의 발단은 모르겠지만, 나는 어머니의 권유로 초등학생일 때 속독법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나름 동네 번화가에 위치한 속독법 학원은 원장만이 그 곳의 유일무이한 선생님이었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안광은 내 뒤통수 너머 벽까지 뚫을 기세였다. 그래서 아직도 그 눈빛만큼은 기억이 뚜렷한데, 나중에 TV에서 보이던 사이비 교주나 무속인에게서 그와 비슷한 눈빛을 발견했던 것 같다.거기서 배웠던 것들은 사실 지금 떠올려 보면 좀 기이한 것들 투성이였다. 예를 들면 검지 손가락을 얼굴 양 옆에 세우고 눈알을 좌우로 빠르게 굴려 손가락 끝을 번갈아 바라본다던지, 시선을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이동하며 사선으로 한 페이지를 본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그 중 으뜸은 양궁 과녁지가 그려진 종이의 중심부를 촛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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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잡덕(?)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후기.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러닝타임 제약상 다루지 못한 내용은 있을지언정, 엉뚱한 샛길로 빠지지 않고 최종 종착지를 향해 상쾌하게 질주한다. 거기에 업계 최정상급 K-Pop 음악을 주단으로 깔고.그리고 매 장면마다 제작진의 놀라운 균형감으로 배치된 한국적인 요소들은 한국인들은 외려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의 재발견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한 흥미로움을 선사한다.그나저나 매력적인 빌런 사자 보이즈의 음악 ‘Soda Pop’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보니, 애니와 달리 현실세계의 황금 혼문은 결국 완성되지 못할 것 같다는 웃픈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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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2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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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아침마다 동네 골목을 쓸어대는 누군가의 빗자루질. 그 소리에 눈을 뜨며, 이불을 개고 어제 보던 책을 덮은 다음 씽크대에서 양치질과 콧수염을 손질하는 한 사내가 있다. 소중한 분재 화분에 조심스레 물을 주는 것이 그의 소소한 행복. 작업복을 껴입고서 현관 앞에 놓인 열쇠니 동전이니 하는 자질구레한 것을 챙겨 집 앞 자판기 캔커피를 뽑아 들고, 낡고 작은 다이하츠 승합차에 올라 시동을 걸면 그의 출근길이 시작된다. 그의 직업은 도쿄의 공중 화장실 청소업체 직원. 출근 길마다 아끼는 카세트 테잎중 하나를 골라 카 오디오에 넣어 노래를 듣는 것이 그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늘 같은 장소의 공중 화장실을 꼼꼼히 청소하고, 신사 근처의 벤치에 앉아 점심 끼니를 때우며 주머니에 넣어 둔 자동식 올림푸스 필름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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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 Clean & Dirty
제목을 처음 듣는 사람이더라도 싸이월드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 Clean & Dirty. 가사는 모두 영어로 씌여져 있지만 의외로 일본곡인 덕분에 ‘아, 그래서 내가 가사를 알아 듣기 힘들었구나.’ 하고 안심하게 된다. 후렴구가 킬링파트인 보통 노래와는 다르게 칩튠 사운드로 시작되는 도입부가 모든 걸 다해주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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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PowerShot G2
마음에 쏙 들었었던 Canon PowerShot G1을 정작 허무하게 팔아버린 이후에 구입했던 카메라는 후속 기종이었던 Canon PowerShot G2이다. 아마도 내 기억에 내가 좋아하는 김주원 작가(공식 블로그 : blog.naver.com/joowon77)가 그 당시 아마추어 시절에 G2를 썼던 것 같다. 기존 PowerShot G1의 300만 화소 대비 400만 화소로 화소가 대폭 업그레이드 되었고, 무엇보다 카메라의 CCD 센서 타입이 보색 필터(C-Y-G-M) 기반에서 현재 표준이 된 원색 필터(R-G-B) 기반으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기존보다 분명히 좀 더 정확한 색감을 표현해 주었는데, 나는 사실 정확한 색감보다는 분위기 있었던 G1 색감이 훨씬 더 맘에 들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오히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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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의 하사웨이 - 키르케의 마녀
섬광의 하사웨이 1부는 시대에 걸맞는 세련된 작화, 영화 탑건을 떠올리는 전투씬 연출등 장점이 많지만 원작자 토미노 감독 특유의 불친절함 덕분에 스토리 전개는 시리즈 팬이 보더라도 뭔가 개운하지 않다.5년만의 후속작 키르케의 마녀는 이제 고전이라 부를만한 ’역습의 샤아‘로부터 1부까지 비워진 틈새 마디에 개연성을 부어 넣고 3부작의 뼈대를 일으켜 세우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겪는 극심한 PTSD, 이상과 애욕 사이의 갈등, 한 인간으로서의 나약함은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주인공의 모든 행위에 운명적인 개연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비극으로 예정되어진 3부작의 결말을 향해 방아쇠를 서서히 당기기 시작한다.딱 한가지 아쉬운점을 꼽자면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 나오는 건즈 앤 로지즈의 ‘Sweet Child O‘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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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일도 하사불성
사건(?)의 발단은 모르겠지만, 나는 어머니의 권유로 초등학생일 때 속독법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나름 동네 번화가에 위치한 속독법 학원은 원장만이 그 곳의 유일무이한 선생님이었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안광은 내 뒤통수 너머 벽까지 뚫을 기세였다. 그래서 아직도 그 눈빛만큼은 기억이 뚜렷한데, 나중에 TV에서 보이던 사이비 교주나 무속인에게서 그와 비슷한 눈빛을 발견했던 것 같다.거기서 배웠던 것들은 사실 지금 떠올려 보면 좀 기이한 것들 투성이였다. 예를 들면 검지 손가락을 얼굴 양 옆에 세우고 눈알을 좌우로 빠르게 굴려 손가락 끝을 번갈아 바라본다던지, 시선을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이동하며 사선으로 한 페이지를 본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그 중 으뜸은 양궁 과녁지가 그려진 종이의 중심부를 촛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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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AIR - Orange(オレンジ)
일본 락밴드 스파이에어의 보컬이자 원년 멤버인 이케가 희귀성난치병으로 팀을 탈퇴한 이후,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새 보컬이 된 요스케. 스파이에어의 노래들이 원곡자인 이케에게도 성대결절을 불러올 만큼 어려웠던지라, 점차 안정화되고는 있지만 요스케도 라이브 중 곡의 피치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팀의 새로운 전진을 위해 이케의 것이 아닌 요스케의 음역대에 어울릴 곡이 필요한데, Orange(オレンジ)는 그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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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 거짓말 같은 시간
곡 전체 분위기를 리드하는 차갑고 쓸쓸한 김연우의 보컬과 기타 세션 함춘호의 불꽃같은 연주를 조합해 기어코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내는 유희열의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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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 - 공원여행
어제에 이어 페퍼톤스 노래 중 한 곡 더 추천. 페퍼톤스와 함께 한 여러 객원 보컬이 있었지만 나의 최애 원픽은 항상 현민(본명 김현민)이었다. 가창력이 더 뛰어난 보컬(이선 처럼)도 있지만 듣고 있으면 기분까지 절로 좋아지는 현민의 상큼한 보이스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곤 했다. 특히 현민이 참여했던 페퍼톤스 3집 앨범 SOUNDS GOOD!의 ‘공원여행’은 그녀의 매력이 가장 잘 뭍어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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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결혼할까요?, Andrea Bocelli - Mai Piu Cosi Lontano
오래전 SBS에서 방영된 ‘결혼할까요?’ 라는 일대일 맟선 프로그램이 꽤 인기였던 적이 있었다. 남녀가 첫 데이트를 마친 후, 남자는 유람선 같은 곳에서 홀로 기다리고, 여자는 상대가 마음에 들었으면 다시 그 장소에 나타나는 방식이었는데 그 설레임과 기다림의 순간에는 항상 지켜보는 이의 마음도 똑같이 설레이게 만드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Mai Piu Cosi Lontano가 흘러 나왔었다. 이 노래의 전주가 흐를 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떨리는 이유는, 상대방의 마음과 내 마음이 동시에 일치했던 그 기적같은 순간을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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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
소격동에 다소 묻힌 감이 있지만 뮤직비디오의 완성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서태지의 9집 Quiet Night의 최대 명곡은 바로 이 크리스말로윈이다. 사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는 분명 장르가 락임에도 과도하게 뿅뿅 거리는 키보드 사운드 덕분에 첫 인상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뮤직 비디오를 통해서 제대로 감상해보니, 문화계 블랙 리스트가 만들어질 정도로 서슬이 퍼렇던 보수 정권 시절 어떻게 이 곡이 무사히 심의를 통과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 곡과 뮤직 비디오의 내용은 위선적인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며, 마치 성인을 위한 잔혹 동화와 같은 형식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서 전통적인 선과 악의 이미지는 완전히 전이되어 있다. 할로윈 마을은 선을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을은 선으로 가장한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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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 Kitsch
뉴진스의 새로움에 맞서는 아이브의 무기는 당당함이다. 음악과 퍼포먼스에 대한 자기 확신과 데뷔 시절부터 누려 온 대중의 관심이 그 힘의 원천이다. 게다가 오래전 시스타 시절부터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A&R팀 실력은 대형 기획사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으며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혹시 라이벌을 의식한건가 싶은 Verse로 시작해 분위기를 반전하며 거침없이 전진하는 ‘Kitsch’의 후렴구는 뉴진스라는 거센 물결 위에서 마치 파도타기를 즐기는 듯 하다. 게다가 아이브만의 색깔이 뚜렷한 타이틀곡 ‘I AM’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투펀치는 아이브가 라이벌 뉴진스와 K Pop 영토를 양분하여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유롭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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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뒤늦게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투박하게 뭉뚱그려 ‘정상’과 ‘비정상’ 계열로 나눈다면 ‘헤어질 결심’은 확실히 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애정하는 그의 비정상 계열(대표적으로 올드보이)은 감상 전 안전 벨트를 단단히 매야 하는 반면 ‘헤어질 결심’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밀도있게 짜여진 상징과 언어적 의미의 홍수는 관객을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잠시 맞닿았다 다시 영원한 평행을 이루는 두 평행선을, 신적 존재가 아닌 불완전한 인간이 할 수 있는 한계치로 그려 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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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 With you, 지민(BTS) x 하성운
라틴 음악 ‘Quando Quando’가 제주도의 풍광과 찰떡같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해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짧은 유튜브 영상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일반 드라마보다 다소 긴 호흡이 커다란 진입 장벽이지만 3회분을 넘기면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빚어진 군상극을 다루는 노희경 작가의 섬세한 솜씨와 절제미가 돋보이는 명작이지만, 굳이 흠을 하나 잡자면 엔딩 장면에서의 마지막 문구 ‘모두 행복하세요!’는 지나치게 친절하고 흔한 표현이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 OST중의 개인적인 추천곡은 진주인공격인 동석(이병헌)과 그의 상대역 선아(신민아)의 테마곡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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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이제 3회차가 공개된 수준이지만 점점 쇠락해가던 건담 프랜차이즈에 메카닉물에 관심없는 사람까지 즐길만한 물건이 나와서 놀랍다. 훌륭한 작화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작 템페스트의 커다란 줄기를 모티브로 삼은 스토리 전개도 인상적이며, 이른 방심은 금물이지만 각본가 오코우치 이치로의 역량을 감안할 때 후반부로 갈수록 밀도가 떨어지거나 망가지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주인공이 귀엽기까지 해서 더더욱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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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B - 빅터를 기다리며 (Feat. 다원)
프로듀서가 중심이 되어, 이전까지는 대중에게 팀의 얼굴로 여겨져 왔던 보컬을 곡에 따라 아웃소싱하는 015B의 객원 시스템은 유희열의 토이에게 이어진다. 반가운 점은 2021년작 ‘빅터를 기다리며’에서 다원의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015B 특유의 감성은 여전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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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 가려진 시간 사이로
윤씨가 아니라는 사실(본명 이윤상)을 한참 지나서야 알았던 것처럼. 어릴 땐 그저 ‘노래가 좋다.’고만 느꼈지 천재성은 알아보지 못했던. 도입부가 어째 좀 범상치 않다 싶어 찾아보면 어김없이 누군가의 이름이 써있었다. 끝없는 디테일과 시대를 타지 않는 감성이 늘 한결같은. 진정한 천재는 세월이 지나도 폼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뮤지션들의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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