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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장혜진 그리고 박지윤, 윤종신 - 굿바이

윤종신 4집 ‘공존’ 수록곡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굿바이’는 이미 015B 객원보컬 시절부터 유명했던 전성기 시절 그의 미성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이 노래에 듀엣으로 참여한 장혜진은 특유의 예리하면서 감성이 넘치는 진성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가성으로만 일관하고 있는데, 시계의 초침 소리처럼 반복되는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잔향 효과가 가득한 남녀 보컬의 보이스가 서로 맞물려 90년대 감성이 넘치는 촉촉한 이별의 감정을 그려내고 있다.

발라드의 디바 장혜진의 흔적이 담긴 이 듀엣곡에 도전장을 내민 여자가수가 있다면, 그리고 그 이름이 박지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가 장혜진의 벽을 쉽사리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녀가 부르는 첫 소절에서 그리 간단한 승부가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데 본인의 주무기가 아닌 가성으로 곡을 소화한 장혜진과 원래 본인의 주무기인 가성으로 승부를 건 박지윤 간의 우월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박지윤은 비록 JYP 시절 특유의 창법을 잠시 봉인당하기는 했지만 데뷔 때부터 가성 창법으로 유명한 보컬이었기 때문이다.

원곡에서는 윤종신이 메인, 장혜진이 다소 코러스 같은 느낌이라면 새로이 리메이크된 곡에서는 파트너인 박지윤에게 동등한, 아니 더 큰 비중을 나누어 준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당시 박지윤이 본인의 소속사인 미스틱의 멤버였던만큼 그녀의 매력을 좀 더 깊이 드러내고 싶은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의외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이 두 사람의 대결은 보컬로는 박빙의 승부였지만 추억 보정이 담긴 원곡 특유의 감성넘치는 신디사이저 사운드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원곡의 손을 살짝 들어본다.

윤종신 - 공존 (1995)
2013 월간 윤종신 Repair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