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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이진아 - 여행의 끝에서 (With 스텔라장) 여행의 설레임을 표현한 곡은 많지만, 공허하고 고단한 마음에서 비롯된 여행과 그 곳에서 마주친 낯설음 그리고 아쉬움을 통해 이전과는 달라진 감상을 드러내는 노래는 흔치 않다.본인이 잘하고 싶은 것과 대중들이 좋아하는 모습 사이에서 때로는 우두커니 서있던 스텔라장의 여행은 이진아의 모던한 재즈 선율 위에서 한 껏 날아 오른다. 더보기
윤하 - Parade 계획된 여정에서 벗어나 우연히 마주쳤던 곳이 시간이 흘러 뒤돌아 보면 가장 선명한 기억을 선물하는 경우가 있다. 윤하의 Parade는 비록 발표 당시에는 크게 호평을 받지 못했지만, 프로듀서 그루비룸이 선사한 전혀 다른 색채는 윤하의 과거 뿐만 아니라 미래의 음악 여정과도 가장 강렬한 대비를 이루어 낸다. 물론 좋은 의미로. 더보기
레드벨벳 - Cosmic 3세대 이후 등장한 K-Pop 걸그룹 중에서 레드벨벳이 보여준 음악과 영상의 완성도는 독보적이다. 소녀시대의 대중성과 f(x)라는 음악적 실험 그리고 몇몇 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마침내 SM이 찾아낸 일종의 ’골디락스 존‘이랄까.*골디락스 존: 천문학에서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이후 이에 비견될(혹은 뛰어넘을) 만한 팀의 등장은 적어도 뉴진스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레드벨벳의 Cosmic은 단 하나의 노래에 팀의 모든 서사를 담을 수 있는 곡으로, 이미 과거 활동 영상을 담은 팬 메이드 뮤직비디오가 팬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 버렸다고 하는데 그건 아마도 벌써 10년차가 되어버린 팀에 대한 애정어린 향수와 황혼이 동시에 느껴져서 일지도 모른다. 더보기
QWER - 메아리 QWER 두번째 미니 앨범 수록곡 중 추천곡. 이 곡을 딱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일본 애니메이션 오프닝에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달음박질하는 장면‘ 그 자체랄까? 더보기
aespa - Live My Life 우리나라에서 밴드 음악이 주류인 적은 없었지만, 밴드 음악 스타일 만큼은 어떤 형태로든 명맥을 늘 유지해 왔다. 그리고 아이돌이 말아주는 요즈음의 밴드 음악. 제법 맛깔나는데다 대중의 반응까지 좋으니 자꾸만 헛된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젠 진짜 봄이 오는건가?‘ 하고. 더보기
데이식스 - 예뻤어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밴드 음악이 봄날을 맞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이름이 어느정도 알려진 밴드라도 수퍼스타는 커녕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최근 멜론 챠트에 데이식스의 노래가 1위 곡을 포함해 무려 8곡이나 챠트인되어 있고 불과 얼마전에 QWER의 노래도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만큼 여러 매체들이 이른 기대감을 보이고 있지만, 칼바람 불던 추운 겨울에 이제 막 드럼통에 땔감을 넣고 불을 지펴 갓 온기가 느껴지는 정도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무명 시절을 버티고 버텨 밴드 음악으로 마침내 정상에 오른 데이식스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어린 학생들이 제 2의 데이식스를 꿈꾸며 부모에게 악기를 사달라고 조르는 모습을 조금은 기대해 봐도 좋으려나… 더보기
뉴진스 - Supernatural 그리고 뉴 잭 스윙 중학생 시절, 교실 뒤에 모여 신나게 토끼춤을 추던 녀석들이 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솔직히 좀 유치하다고 느끼기도. 그런데 지금와서 보니 전혀 그런게 아니었다. 그 선구자 녀석들은 ‘뉴 잭 스윙’이 직관적으로 그저 멋진 장르라는 걸 나보다 훨씬 먼저 눈치챘던 거지. 이 좋은 걸 그 때 너네들만 ‘이미 알고 있던(もう知っている)’ 거였어. 더보기
최유리 - 숲 #1987년 “쾅” 커다란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떠오른 친구의 차 안에서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음성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넌 왠일로 안나가던 동창회를 다 간다니?” 그런 어머니에게 씨익 웃으며 멋적은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던 그였다. 현관을 나서는 그의 왼손에는 포장을 뜯지 않은 카세트 테잎이 가득 담긴 종이백이 들려 있었다. ‘간만에 동창회를 나오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저 내 분신과도 같은 첫 작품을 동창에게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다. 잠시 후, 다시 ”쿵“ 포니2 차체가 사납게 아스팔트 바닥을 긁으며 나를 잡아채는 순간 다른 미련이 떠올랐다. ’굳이 나를 태워 주겠다는 친구 녀석의 호의를 끝까지 거절했더라면…‘ 동창회 술자리에서 나눠주고 남은 카세트 테잎들이 휘갈겨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