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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 잘 나가다 뜬금없이 맺는 결말과 10년전 인게임 동영상 수준에도 못미치는 인물 그래픽은 이 작품의 여러가지 장점을 희석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세기 세계관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이해할 만한 스토리 전개, 밀리터리물에 가까운 극적인 전투씬 연출 그리고 서구권에도 제법 어필할 수 있는 메카닉 디자인 등 몇가지 시도는 크게 칭찬할만하다. 건담 프랜차이즈의 커다란 숙제는 각 작품별 장점이 계승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리셋된다는 것. 더보기
와일드 로봇 “I do not have the programming to be a mother.“ 제게는 엄마 역할에 대한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지 않아요. “No one does. We just make it up.” 다들 그래. 그냥 닥치면 하는 거지. 비단 양육뿐 아니라 인생이 왈츠라면, 결국 우리는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 새롭고 낯선 바닥으로 발을 내디뎌야 한다. 픽사의 WALL-E(2008년작)에 대한 드림웍스의 아름답고 멋진 대답. 더보기
스파이 패밀리 가짜 가족이 알려주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 더보기
퍼펙트 데이즈 아침마다 동네 골목을 쓸어대는 누군가의 빗자루질. 그 소리에 눈을 뜨며, 이불을 개고 어제 보던 책을 덮은 다음 씽크대에서 양치질과 콧수염을 손질하는 한 사내가 있다. 소중한 분재 화분에 조심스레 물을 주는 것이 그의 소소한 행복. 작업복을 껴입고서 현관 앞에 놓인 열쇠니 동전이니 하는 자질구레한 것을 챙겨 집 앞 자판기 캔커피를 뽑아 들고, 낡고 작은 다이하츠 승합차에 올라 시동을 걸면 그의 출근길이 시작된다. 그의 직업은 도쿄의 공중 화장실 청소업체 직원. 출근 길마다 아끼는 카세트 테잎중 하나를 골라 카 오디오에 넣어 노래를 듣는 것이 그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늘 같은 장소의 공중 화장실을 꼼꼼히 청소하고, 신사 근처의 벤치에 앉아 점심 끼니를 때우며 주머니에 넣어 둔 자동식 올림푸스 필름 카메라.. 더보기
헤어질 결심 뒤늦게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투박하게 뭉뚱그려 ‘정상’과 ‘비정상’ 계열로 나눈다면 ‘헤어질 결심’은 확실히 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애정하는 그의 비정상 계열(대표적으로 올드보이)은 감상 전 안전 벨트를 단단히 매야 하는 반면 ‘헤어질 결심’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밀도있게 짜여진 상징과 언어적 의미의 홍수는 관객을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잠시 맞닿았다 다시 영원한 평행을 이루는 두 평행선을, 신적 존재가 아닌 불완전한 인간이 할 수 있는 한계치로 그려 낸 작품. 더보기
우리들의 블루스 - With you, 지민(BTS) x 하성운 라틴 음악 ‘Quando Quando’가 제주도의 풍광과 찰떡같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해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짧은 유튜브 영상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일반 드라마보다 다소 긴 호흡이 커다란 진입 장벽이지만 3회분을 넘기면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빚어진 군상극을 다루는 노희경 작가의 섬세한 솜씨와 절제미가 돋보이는 명작이지만, 굳이 흠을 하나 잡자면 엔딩 장면에서의 마지막 문구 ‘모두 행복하세요!’는 지나치게 친절하고 흔한 표현이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 OST중의 개인적인 추천곡은 진주인공격인 동석(이병헌)과 그의 상대역 선아(신민아)의 테마곡 ‘With you’. 더보기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이제 3회차가 공개된 수준이지만 점점 쇠락해가던 건담 프랜차이즈에 메카닉물에 관심없는 사람까지 즐길만한 물건이 나와서 놀랍다. 훌륭한 작화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작 템페스트의 커다란 줄기를 모티브로 삼은 스토리 전개도 인상적이며, 이른 방심은 금물이지만 각본가 오코우치 이치로의 역량을 감안할 때 후반부로 갈수록 밀도가 떨어지거나 망가지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주인공이 귀엽기까지 해서 더더욱 안심. 더보기
그 해 우리는 코로나 자가격리중 뽀개기 했던 또 다른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사춘기 시절 제법 그럴듯한 연애를 했던 사람이나 남중, 남고, 공대(아니면 여중, 여고, 여대…) 같은 전형적인 모쏠 테크트리를 거쳐 짝사랑만 전문이던 사람들 모두의 철지난 흉터에 조그만 반창고를 붙여준다. 최우식의 쭈굴미와 떠오르는 무쌍계의 샛별 김다미의 대체 불가능한 현실 케미가 반짝거리는 로맨틱 코미디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