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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생의 찬미, 가인 - Carnival (The Last Day)

며칠 전에 아이가 뜬금없이 아내와 내게 물었다.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어?’

아내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라고 말했다. ‘그럼 아빠는?’ 이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곧바로 날아드는 아이의 질문 ‘왜?’

‘아빠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답변이지만, 뛰어난 작가란 자신이 한 껏 펼쳐 놓은 스토리를 끝맺을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삶도 죽음이라는 완결이 없다면 가치가 희미해지지 않을까.

나는 거기 있었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밤은 사라지고
우린 아름다웠어
이보다 완벽한
순간이 내게 또 올까

welcome to my carnival 열리면
난 그대를 떠나요
걱정 마 울지 마요
어제와 같은 밤일 뿐인데

화려했건 혹은 그렇지 못했건 간에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죽음의 순간을 마치 화려한 축제에 비유한 가인의 카니발은 내가 아이에게 어설프게 들려준 답변의 완성형이다. 그대의 곁에서 동일한 시간을 살아가는 행복을 누렸기에 우리의 이별을 너무 슬퍼하지 말아 달라는 가사(김이나 작)는 과하게 무겁거나 철학적이지 않으면서 내게 주어진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잠시 들여다 보게 만든다.

삶을 소풍에 비유했던 천상병 시인의 명시 ‘귀천’과도 결이 맞닿은 곡이지만 발표 즈음 벌어졌던 시덥지 않은 선정성 논란으로 인해 가치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비운의 명곡.

가인 - End Again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