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행복과, John Williams - Cavatina (The Deer Hunter OST)

몰려오는 졸음에 하품을 크게 내쉬며 앞 부분만 유난히 까맣게 때가 탄 두꺼운 책을 덮었다.

‘저자 홍성대. 수학의 정석. 기본편’.

굳이 청록색이 아닌 귤색 표지의 이 입문자용 경전일지라도 한 명의 새로운 수학 포기자를 창조하기에는 그럭저럭 충분했다. 사실 이 경전의 저자에게는 딱히 죄가 없다. 굳이 죄의 근원을 따지자면 수학이라는 종교의 선민도 아닌 주제에 감히 구원을 바랐던 내 쪽이지...

하도 답답한 마음에 평소 습관처럼 라디오에서 주파수 95.9를 틀었다.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행복과...”. 윤동주의 시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도입 멘트와 John Williams가 연주하는 Cavatina의 나지막한 나일론 기타 선율에 기댄 채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고 사치스러운 나태함을 누려본다.

그 땐 참 미련하게도 남들과 같은 평탄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든 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시간에 소설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었더라면, 좋은 음악을 한 곡이라도 더 들었더라면 비록 수학적 구원과는 거리가 멀어졌을지라도 내 영혼이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