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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인터넷 밈에서 영국 신사까지, Rick Astley - Never Gonna Give You Up

한참 메탈 음악에 빠져 있던 80년대 후반에 라디오와 길거리에서 내 귀에 꽤 자주 들리던 경쾌한 팝 음악이 있었다.

영국 뮤지션 Rick Astley(릭 애스틀리 또는 릭 애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

앳된 외모와 전혀 매칭되지 않는 중저음의 동굴 보이스가 유로 비트 위에 넘실대던 이 댄스 곡은 메탈 키즈인 나마저도 기억할 만큼 그 당시 히트곡 중 하나였다.

그가 뮤지션보다는 딸 아이의 아버지로서 삶을 살겠노라며 은퇴한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흘러 왕년의 스타였던 그를 기억하던 사람들은 점차 사라져 갔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에 철지난 그의 뮤직 비디오가 영미권에서 느닷없이 ‘릭롤링’이라는 인터넷 밈으로 대유행을 타게 되는데, 무언가 어설픈 율동과 앳된 얼굴에 전혀 맞지 않는 그의 동굴같은 보이스는 내 추억 보정 속에서는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노래를 처음 접한 세대들에게는 충격과 우스꽝스러움 그 자체였었나 보다.

갑자기 대중들에게 강제로 소환된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놀림감으로 삼는 것에 전혀 불쾌해 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중들이 벌인 거대한 인터넷 장난질에 기꺼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바친다.

그렇게 대인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가 본인의 나이 50세에 발표한 앨범 ‘50’. 그제서야 나이를 찾은 목소리와 깊이 있는 음악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결국 영국 차트 1위까지 오르게 된다.

나이가 들어 젊은 시절보다 오히려 더 멋진 영국 신사가 된 Rick Astley, 이렇게 자신의 얼굴과 표정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건 꽤나 근사한 일이다.

Rick Astley - Whenever You Need Somebody (1987)
Rick Astley - 50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