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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rock

Journey - After All These Years

오늘의 턴 테이블은 락 밴드 Journey, 그 중에서도 Arnel Pineda 라는 보컬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음악에는 국경도, 인종도 없다지만 특이하게도 장르 별로는 인종 쏠림이 꽤나 심한 장르들이 있다. 예를 들면 재즈, 블루스, 힙합, R&B 등은 흑인 아티스트가 주류이고, 락 음악쪽은 반대로 백인 아티스트가 중심이다. 사실 재즈나 락 모두 장르적으로 기원을 따져 올라가다 보면 흑인 음악 장르인 블루스에서 만나게 되지만, 락음악은 아주 전형적인 백인 음악 장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미 헨드릭스 같은 천재 흑인 아티스트가 혜성같이 등장한 적도 있지만 매우 드문 편이다.

Journey는 1973년에 결성된 미국의 락 밴드로, 에어로스미스처럼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의 락 음악을 대표하는 밴드이다. 유명한 Open Arms, Faithfully, Separate Ways, Don't Stop Believin' 같은 명곡들로 우리나라에서도 나름 인지도가 있는 밴드이기도 하다.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 락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매우 터프하고 직선적인 음악 스타일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Journey의 리즈 시절은 밴드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보컬리스트 Steve Perry와 함께 했을 때인데, 그 시절 노래를 들어보게 되면 파워를 바탕으로 하는 정통 미국식 락 보컬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튼 전성기를 함께 했던 Steve Perry가 팀을 떠나면서 밴드는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고, 미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밴드는 기억속으로 점점 잊혀져 간다.

그러던 어느날 2007년 12월 Journey는 새 보컬리스트로 Arnel Pineda를 영입하고 복귀를 발표하게 된다. Arnel Pineda의 영입은 그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오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Arnel이 필리핀인이었기 때문이다.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을 추구하던 락밴드에 동양인이 멤버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게 어느 정도의 사건이냐면 우리나라로 치면 대략 국민밴드 YB의 새 보컬이 필리핀 사람인 것과 비슷한 충격인 셈이다. 

Arnel Pineda는 필리핀에서 Journey의 명곡들을 커버하던 밴드의 보컬이었는데, 밴드의 팬이 유튜브에 Arnel Pineda 의 Journey 커버곡 공연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하곤 했다. 우연히 Journey의 기타리스트 Neal Schon이 이 동영상들을 보게 되었고, Arnel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Journey는 우리 같은 정통 미국 스타일 밴드에 아시아인을 뽑아도 될까라는 엄청난 고민 끝에 결국 이메일로 영입 제안을 하게 된다.

처음에 Arnel은 그 메일이 너무 터무니 없어서 그냥 무시해 버렸다고 한다. 결국 답답해진 Journey가 Arnel에게 직접 전화 연락을 하게 되면서 그들 간의 역사적인 만남이 성사되게 된다. Arnel의 미국 입국 심사 때도 재미난 해프닝이 있었는데, 입국 심사관이 입국 목적을 묻는 말에 Journey의 보컬 오디션을 보러 왔다고 한 것이다. 아무리 봐도 동양인 불법 체류자 포스인데 미국 대표 밴드의 보컬이 되기 위해서 왔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까지 하니 결국 별도의 입국 심사실로 끌려가게 되고, 거기에서 심사관들이 Arnel이 부르는 Journey 노래를 직접 듣고 나서야 풀어주게 된다.

보통 밴드를 대표하던 보컬리스트가 떠나고 새로운 보컬이 들어오게 되면 보컬 역량 자체를 떠나서 전임자의 음악 색깔과 업적 때문에 기존 팬들을 만족시키기가 너무나 힘들다. 물론 AC/CD나 Black Sabbath 같은 예외적인 케이스도 있지만 정말 흔치 않은 케이스이다. 게다가 Journey는 정통 아메리칸 사운드를 추구하는 밴드였기에 팬들의 많은 우려속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Arnel Pineda의 보컬을 처음 접한 팬들은 마치 Steve Perry가 함께 했던 Journey의 전성기 시절을 되돌리는 아니 오히려 능가하는 듯한 그의 보컬을 듣고 완전히 압도되게 된다. 유튜브 댓글을 보면 "Arnel Pineda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를 구원해줘서 너무나 행복하다."라는 찬양 댓글까지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멤버들이 Arnel Pineda의 보컬이 너무나 맘에 들었는지, 과거의 명곡들을 다시 레코딩해서 신곡과 함께 발표하기도 하는데 Arnel 영입 이후 발표된 신곡 After All These Years는 Steve Perry를 뛰어 넘는 Arnel Pineda만의 보컬 역량과 감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노력과 실력만으로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낸 셈이다.

Journey - Revelation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