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rock

서태지 -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

소격동에 다소 묻힌 감이 있지만 뮤직비디오의 완성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서태지의 9집 Quiet Night의 최대 명곡은 바로 이 크리스말로윈이다.

사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는 분명 장르가 락임에도 과도하게 뿅뿅 거리는 키보드 사운드 덕분에 첫 인상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뮤직 비디오를 통해서 제대로 감상해보니, 문화계 블랙 리스트가 만들어질 정도로 서슬이 퍼렇던 보수 정권 시절 어떻게 이 곡이 무사히 심의를 통과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 곡과 뮤직 비디오의 내용은 위선적인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며, 마치 성인을 위한 잔혹 동화와 같은 형식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서 전통적인 선과 악의 이미지는 완전히 전이되어 있다. 할로윈 마을은 선을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을은 선으로 가장한 악을 대표한다.

뮤직 비디오 내에서 대표적으로 잔혹해 보이는 포인트가 몇가지 있는데, 고귀한 귀족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이 웃으며 즐기는 새빨간 와인의 정체는 바로 할로윈 마을 마녀들의 피이다. 그리고 위선자이자 최고 권력자인 산타클로스는 항상 웃는 표정의 아이들과 함께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실상은 아이들이 강제로 웃는 표정을 짓게 한 뒤 그 순간을 헤어 스프레이를 뿌려 고정시켜 버린 것이다.

산타클로스는 자신이 만든 New World Policy에 서명하고 따를 것을 주민들에게 종용하게 되고, 이에 따르지 않고 항의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입을 틀어 막힌 채 어디론가 끌려간다.

이 곡은 산타는 네가 울지 않아야 선물을 준다는 우리가 자라면서 늘 당연시 여겼던 이야기를, 어쩌면 이 것이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첫 거래이자 어른들이 무의식적으로 가하는 폭력일 수 있다는 매우 교묘하고 민감한 지점을 건드린다.

아래는 이 곡의 무시무시함을 나타내는 가사의 일부.

"울지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
"나 역시 몸만 커진 채 산타가 되었어. 이것 봐 이젠 내 뱃살도 기름지지."

서태지 - Quiet Night (2014)

 

'music > rock' 카테고리의 다른 글

Van Halen - Dreams  (0) 2020.07.11
서태지 - F.M Business  (0) 2020.06.28
서태지 - 대경성  (0) 2020.06.22
Journey - After All These Years  (0) 2020.05.23
Yngwie J. Malmsteen - Rising Force (Live in Leningrad, 1989)  (0) 20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