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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rock

나와 일본 락밴드의 연결고리, SPYAIR - My World

한국 아이돌 음악이 무시무시한 퀄리티를 자랑하게 되면서 놀림거리로 일본 아이돌 음악과 자주 비교하곤 하는데 사실 조금은 불공정한 비교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일본의 서민 규동 프렌차이즈 ‘요시노야’와 우리나라의 고급 음식점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재 시점 기준으로 보면 아예 체급이 다른거다.

내수 중심의 일본 아이돌 음악이 외부에서 바라볼 때 이해하기 힘든 기형적인 모습이 되었지만, 여전히 일본의 음악 산업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크고 그 안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공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YB 같은 탑 레벨이 아니면 굶기 쉬운 장르가 락이지만 일본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지닌 락밴드들이 흔하다. 음악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이 밴드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커다란 성공까지 누릴 수 있으니 경쟁도 치열하고 실력이 상향 평준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아이돌도 엄연한 아티스트의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런 류의 뮤지션들을 더 인정해 주는 분위기도 있다.

물론 아이돌을 제외한 다른 장르의 이야기이고, 우리나라의 아이돌 음악이 엄청난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애써 외면하면서 자기들이 우리나라 아이돌 음악의 원조라며 깎아내리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그들의 속내는 이해하기 힘들다.

성장기에 일본 게임들을 격하게 즐기긴 했지만 음악만큼은 서양쪽 취향이다보니 일본 음악에 아련한 추억이나 동경심은 없는 편이다. 심지어 저 유명한 엑스재팬 마저도 시큰둥했던 내가 도대체 일본 락밴드와 무슨 연결 고리가 생겨날까 싶었건만, 내가 일본 애니 중 유일하게 해당 프랜차이즈를 거의 끝까지 팠던 건담 시리즈 덕분에 어떤 밴드를 알게 된다. ‘이 노래 대체 뭐지? 왜 좋지?’ 싶었던 노래들이 대부분 그 팀의 곡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이브에서의 음원을 능가하는 엄청난 보컬 실력은 덤이었다. 다만 보컬이 성대결절로 수술받은 이후 원곡보다 키를 낮춰 부르게 된 것이 아쉽다.

오늘 추천곡은 바로 그 SPYAIR의 ‘My World’. (기동전사 건담 AGE 시즌 2 엔딩 테마)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의 한계와 천재 아버지의 그늘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의 스토리와 청년기의 고통을 담은 노래 가사 분위기가 딱 맞아 떨어진다. 애니메이션 주제가라고 무시하지 못할 것이, 일본은 이 쪽에 늘 진심이었기 때문에 최고의 재료(음악)로 최선의 음식(애니메이션)을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이돌 음악에 몹시 진심인 것처럼.

벽에 기대어 밤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봤어
내가 정한 길은 이걸로 괜찮은 걸까?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해답은 나오지 않지만
어떤 길을 가든 필사적일 거야
문득 시선을 들고 바라 본 아침은
맑게 개어있었어

내가 나로서 있기 위해
잃어버려선 안되는 건 뭐지?
간단히 나오지 않는 답은
괴롭고 고통스러워
단 한번의 실수를 몇번이고 되새기지 않고
걸어간다면 사랑할 수 있을까 My World

- My World 가사 일부 -

SPYAIR - Just Do It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