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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찰나에 남긴 위대한 유산, 유재하 그리고 지구에서 온 편지(by 김광민)

 

유재하 - 사랑하기 때문에 (1987)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의 초겨울이던 1987년 11월 1일, 그 날 이후 거의 라디오만 틀면 흘러 나오는 음악이 있었다. 유재하의 ‘지난 날’과 ‘사랑하기 때문에’. 연인과의 결혼식을 1주일 앞둔 그 날, 유재하는 단 한장의 음반을 남기고 25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유재하의 1집은 이문세 4집과 더불어 내 스스로의 의지로 구입하기 시작한 거의 첫 음반이자 이후 내 청소년기를 지배했던 음악이었다. 앨범에서 상당수의 악기를 스스로 연주했다거나, 작사, 작곡 및 편곡까지 혼자 감당했다던 그의 천재성은 그 때 미처 알아보지 못했지만 순수음악 전공자 답게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접목한 작법, 담백하고 꾸밈이 없지만 왠지 세련되게 들리던 노래, 한편의 시와 같은 가사들은 그 시절 작은 소년의 마음을 커다랗게 흔들어 놓았다.

우리나라의 서정성을 대표하는 발라드 장르에서 하나의 시대를 완성한 마침표 같은 존재가 페르소나인 이문세와 함께 했던 작곡가 이영훈이라면,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이는 바로 유재하였다. 민들레 홀씨처럼 흩뿌려진 그의 음악은 후배 발라드 보컬이나 작곡가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게 되고 이후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게 된다. 조규찬, 러브홀릭 강현민, 토이 유희열, 루시드폴 조윤석, 방시혁, 김연우, 자전거 탄 풍경(나원주, 정지찬), 스윗 소로우, 메이트(임헌일, 정준일), 박원, 옥상달빛 박세진 등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으로써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뮤지션이고, 그 외에도 이적, 김동률, 윤종신 뿐만 아니라 아이유, 크러쉬 같이 흔히 말하는 요즘 뮤지션들에게도 여전히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오늘의 추천곡은 유재하의 노래가 아닌 김광민의 ‘지구에서 온 편지’로 김현식 밴드인 봄여름가을겨울에서 유재하와 함께 음악생활을 했던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버클리 유학시절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을 전해 듣고 슬픔에 빠져 만든 추모곡이다.

김광민 - Letter From The Earth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