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로봇 애니메이션을 무척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아머드 코어를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았다. 일러스트만 봐도 낭만 치사량인걸.
‘혹시 나에게 에이스 파일럿의 자질이 있을수도?’라는 그럴듯한 계획은 아주 잠시 유효하다. 게임 시작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치는 첫 대형 보스에게 쳐맞기 전까지.
게임의 기체는 인간형에 가까운 멋진 디자인일수록 맷집이 약한 유리몸이고 인간형과 멀어질수록 단단한데, 나의 기체는 인간의 그것과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다리가 4개라던지 아니면 탱크처럼 생겼다던지. 멋진 디자인과 2족형 다리는 장식일뿐 우선은 생존이 먼저다. 그 결과 지금 나의 기체는 멋.지.지. 않.다. 그것도 매.우.
전체 분량에서 대략 절반을 넘긴 나의 모습은 어릴적 꿈꾸던 에이스 파일럿인 뉴타입도 심지어 만만하게 생각했던 올드 타입조차 아니다. 실패와 도전을 수없이 반복하며 요행에 가까운 승리를 실력으로 착각하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어려워서 유명해진 게임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느낀 이 게임은 제법 친절하다. 재도전은 보스전 바로 직전부터 시작되며 모든 소모성 아이템이 재충전되어 있다. 그래서 아무리 거대하고 무서운 상대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툭툭털고 일어나 맞설 수 있다.
이 게임은 실패에서 배우는 게임이다. 묘하게 삶과 닮았다. 인간은 이상하리만치 고난으로부터 깨닫는다. 벽을 넘어서면 이전과 조금은 다른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시련과 고난으로 점철된 이 게임의 1회차 클리어를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멋진 디자인의 인간형 기체를 몰고 싶다. 왜냐면 아직 나의 기체는 멋.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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