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마 7:11)
세상의 부모 중 자식을 의도적으로 불행에 빠뜨리고자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견상으로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던 그의 집은 그에게는 마치 지옥과 같았다. 지금은 다시 궁궐로 복원된 창경궁이 동물원인 창경원으로 불리던 어린 시절, 그 곳에서 부모의 손에 매달려 잠시 허공에 떠있던 선명한 기억을 제외하면, 그의 성장기는 신화의 결말과는 달리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져버린 채 실패해 버린 오이디푸스에 다름없었다.
락음악에 미쳐 있던 사춘기 시절 친구가 그에게 건네 준 데미안. 그는 책을 다 읽은 후 뒷 표지를 덮고 일어서서 비틀려진 세상의 미세한 균열을 통해 그를 쏘아보는 강렬한 빛을 마주 보았다.
그 존재의 이름은 아프락사스(Abraxas).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하는 그 존재를 대면하게 되면 그는 마치 구약의 욥(Job)이 신에게 그랬듯 따져 묻고 싶었다. ‘어찌하여 고난 당하는 자에게 빛을 주셨으며 마음이 아픈 자에게 생명을 주셨는고’ (욥 3:20) 라고.
그리하여 그는 한낯 피조물의 신분으로, 아프락사스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고통스런 구도자의 여정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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