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점점 더 느끼지는 건, 삶이 적당하려면 뻔뻔함과 자기 성찰 사이의 절묘한 지점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계속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일종의 균형감각인 셈이다.
적절한 뻔뻔함은 자신에 대한 공격(여기서 공격 주체는 자기 자신까지 포함)으로부터 내면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다. 그렇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수시로 타인에 대한 선을 넘으며 서슴없이 주변에 해를 끼치는, 염치를 모르는 괴물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곤 한다.
반면 자아 성찰은 사람 고쳐 쓰는 법 아니라는 절망적인 속설처럼, 인간이 지닌 어마어마한 관성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여지를 남겨 주는 희망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이런 고귀한 능력도 일정 선을 넘어가면 본인의 영혼 깊숙한 곳까지 다치게 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걸.’이라는 적절한 포기를 통해 내 속의 땅을 굳게 다지고 ‘내가 정말 잘못한 일이야.’를 말할 수 있는 용기로 변화의 씨앗을 땅에 심으며 나아갈 때, 시간이 지나 그나마 과거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리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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