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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Girl’s Invasion into Japan, 소녀시대 - 다시 만난 세계

주 : Girl’s Invasion - 러블리즈의 정규 1집 앨범 명

과거의 일본은 하는 짓이 괘씸하고 얄밉지만 감히 넘어서지 못할 벽과 같은 그런 존재였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무의식중에 TV에서 방영하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고, SONY나 AIWA, Panasonic의 미니 카셋트를 하나쯤 가져보지 않은 친구가 없었으며, 불법 복제된 일본 게임이나 만화책을 즐기곤 했다. 일본 문화에 더욱 심취했던 친구들은 J-Pop을 주로 듣거나 일본 패션 잡지인 논노를 챙겨 보기도 했다.

K-Pop으로 불리기 이전의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본 음악을 어설프게 카피해서 마치 제 것인양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사실 K-Pop의 아이돌이라는 개념도 일본의 영향권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우리의 무의식 중에는 그들에 대한 컴플렉스나 동경심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정도 국내에서 성공을 하게 되면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인정을 받기 위해 그들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K-Pop이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계기는 보아의 등장(2000년 데뷔)으로 부터였다. 보아는 데뷔 초반부터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을 정조준하였고, 보아의 엄청난 노력과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통해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우리도 이제 이만큼 해낼 수 있다는 걸 그들에게 보여준 첫 단추였다.

그리고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나, 소녀시대가 '다시 만난 세계'라는 야심차고 의미심장한 제목의 곡으로 데뷔하게 된다. 연습생 시절부터 혹독한 하드 트레이닝으로 완성시킨 탄탄한 보컬라인과 칼군무를 주무기로 삼는 K-Pop 아이돌의 원형 및 팀 메이킹 시스템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고, 마치 이제부터 우리가 선보이게 될 음악은 예전과는 다를 것이며 그들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치는 예언서와도 같았다.

소녀시대의 등장 이후, 좁디 좁은 한국 음악 시장에서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K-Pop 아이돌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야말로 피터지는 무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든 반면 일본은 내수 시장의 풍요로움과 달콤함에 흠뻑 취해 점점 더 깊은 방황의 시기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마치 임진왜란 이전의 일본이 전국시대 다이묘들 간의 전쟁을 통해 축적된 전투 경험을 기반으로 한반도를 유린했듯, 역으로 끝없는 내전을 통해 단련된 K-Pop 아이돌의 일본 대침공이 시작된다.

소녀시대 - 다시 만난 세계 (2007)

'다시 만난 세계' 리믹스 버전 리허설 영상. 원곡보다도 업그레이드된 무지막지한 풀파워의 칼군무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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