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첫 포르노그라피, The Dirt

중학생 쯤 되어 보이는 사내 아이들이 TV앞에 모여 앉아 있고 그 중 한 녀석이 VHS 비디오 플레이어에 크고 아름다운(?) 무엇을 집어 넣는다.

잠시 후 화면에서 쏟아지는 금속성의 소리. 영상에서 남자친구의 목마를 탄 채 공연을 지켜보던 여성 관객의 웃통이 느닷없이 벗어 재껴지고 그 광경을 숨을 참으며 지켜보던 사내 아이들의 심장은 이내 주체할 수 없는 방망이질을 시작한다.

그렇게 메탈키즈들의 프로노그라피와도 같았던 이들과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던 영상의 주인공은 LA 메탈 밴드 Mötley Crüe.

한두곡 정도가 금지곡 수준이 아니고 아예 앨범 통째로 심의 불가였던 시절. 소위 빽판이라고 불리던 불법 LP만이 그들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었는데 문익점 같은 아이들이 그걸 테이프로 복제해서 주변의 메탈 키즈들에게 퍼뜨리곤 했다.

술, 마약, 섹스 그리고 투어에 찌들었던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The Dirt (2019).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예전의 날렵함은 온데간데 없이 과도하게 풍만해진 외모와 더 이상 원곡을 그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퇴화된 보컬 실력의 빈스 닐에게 매우 불만이 많았으나, 젋은 시절 소중한 딸을 잃고 고통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니 마음이 누그러지고 조금은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나의 청소년기 어두웠던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으니 이미 그걸로 되었다.

음악 영화의 팬, 특히 락밴드의 무대 뒤 모습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매우 추천할 만하지만 거의 포르노에 육박하는 매우 곤란한 수위의 영상이 인트로부터 시작해 영화 곳곳에 출몰하므로 마음의 준비는 조금 필요하다.

The Dirt,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