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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하

최유리 - 숲 #1987년 “쾅” 커다란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떠오른 친구의 차 안에서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음성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넌 왠일로 안나가던 동창회를 다 간다니?” 그런 어머니에게 씨익 웃으며 멋적은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던 그였다. 현관을 나서는 그의 왼손에는 포장을 뜯지 않은 카세트 테잎이 가득 담긴 종이백이 들려 있었다. ‘간만에 동창회를 나오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저 내 분신과도 같은 첫 작품을 동창에게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다. 잠시 후, 다시 ”쿵“ 포니2 차체가 사납게 아스팔트 바닥을 긁으며 나를 잡아채는 순간 다른 미련이 떠올랐다. ’굳이 나를 태워 주겠다는 친구 녀석의 호의를 끝까지 거절했더라면…‘ 동창회 술자리에서 나눠주고 남은 카세트 테잎들이 휘갈겨 그.. 더보기
찰나에 남긴 위대한 유산, 유재하 그리고 지구에서 온 편지(by 김광민)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의 초겨울이던 1987년 11월 1일, 그 날 이후 거의 라디오만 틀면 흘러 나오는 음악이 있었다. 유재하의 ‘지난 날’과 ‘사랑하기 때문에’. 연인과의 결혼식을 1주일 앞둔 그 날, 유재하는 단 한장의 음반을 남기고 25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유재하의 1집은 이문세 4집과 더불어 내 스스로의 의지로 구입하기 시작한 거의 첫 음반이자 이후 내 청소년기를 지배했던 음악이었다. 앨범에서 상당수의 악기를 스스로 연주했다거나, 작사, 작곡 및 편곡까지 혼자 감당했다던 그의 천재성은 그 때 미처 알아보지 못했지만 순수음악 전공자 답게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접목한 작법, 담백하고 꾸밈이 없지만 왠지 세련되게 들리던 노래, 한편의 시와 같은 가사들은 그 시절 작은 소년의 마음을 커다.. 더보기
박원 - 노력 나이가 든 지금이야 꽤 지난 시절이지만, 뒤돌아 보면 연애라는 건 참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이다. 내 첫 연애 상대였던 사람이 이별을 통보하며 내게 했던 말들이 있었다. 애써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마음 속은 마치 조각들을 잃어 버려 완성시키지 못한 직소퍼즐처럼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한참 지나 기억도 감정도 흐릿해질 즈음 다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 입장이 되어 내가 이별을 통보하면서 그 당시 들었던 말을 내 입으로 직접 내뱉게 되었을 때,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퍼즐의 나머지 조각을 내 손으로 모두 채워 넣었다. 그제서야 내 첫 이별이 완성된 것이다. 그렇게 이별의 앞-뒷면을 온전히 경험하면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과 헤어진다는 것, 그리고 연애 상대로서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