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봄 - 되돌릴 수 없는 돌아갈 수 없는 돌아갈 곳 없는

박봄이야 걸크러쉬의 원조 그룹인 2NE1 데뷔 때부터 유니크한 음색의 메인 보컬로 워낙 유명했지만, 2NE1 시절 노래는 히트곡 정도만 알고 있는 수준이라서 내가 깊이 있게 언급할 수 있는 시절은 아닐 것 같다. 다만 내가 박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게 된 건,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박명수와 GD가 한팀이 되어 공연할 때 박봄이 참여한 후렴구 피처링 부분을 처음 들었을 때였다. 원곡을 아예 다른 차원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버리는 음색, 현란하고 복잡한 댄스 비트와 사운드를 찢고 튀어 나오는 소울풀한 보컬이 뇌리에 아주 강렬히 남아 있었다.

사실 2NE1이 해체된 이후로 박봄의 솔로 데뷔 후의 음악은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작년에 방영했던 걸그룹 경연 프로그램인 퀸덤을 나중에 유튜브로 챙겨 보게 되면서 박봄의 음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2NE1 시절에는 팀 색깔이 강한 걸 크러쉬 컨셉이다보니 박봄 또한 팀 색깔에 묻혀서 개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약간은 센 언니 같은 이미지도 있었지만, 퀸덤에서 후배 팀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 등을 보면 특유의 귀엽고 느릿느릿한 말투와 함께 의외로 아이같이 굉장히 여리고 순수한 성격인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퀸덤에서 박봄의 베스트로 꼽는 곡은 '되돌릴 수 없는 돌아갈 수 없는 돌아갈 곳 없는' 이라는 솔로곡인데, 2NE1 멤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영혼의 고독함마저 느껴지는 가사 그리고 몽환적 분위기의 멜로디와 비트를 꽤뚫고 나오는 탈 아시아급의 미친 보컬 음색이 매력적이다. 무대 영상을 보면 2NE1 멤버들의 빈 자리와 스탠드 마이크를 고스란히 남겨 두고, 중간의 조명 색 배합 또한 다른 멤버 들의 상징색을 나타내고 있다. 이 곡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아서 바로 박봄의 솔로 앨범들을 모두 구입하고 한동안 박봄의 음악만 반복해서 들을 정도였다.

좀 우려스러운 것은 전반적으로 박봄의 솔로곡들에서 깊은 영혼의 고독함과 고단함이 공통적으로 묻어나는데, 악의적인 무개념 악플러들 따위에 상처받거나 신경쓰지 말고 순수하고 여린 마음을 지켜 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2NE1의 재결합도 물론 환영하지만 유니크하고 특색있는 음색을 가진 디바로서 오랫동안 꾸준히 멋진 음악을 들려주기를 바란다.

박봄 - 첫눈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