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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기교 사이, 이예준 -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 (원곡 노을)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 중 개인적으로 한 명만 꼽으라면? 난 항상 망설임 없이 휘트니 휴스턴을 고르곤 했다. Emotions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정말 말도 안되는 고음을 듣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지만 말이다. 둘 다 모두 엄청난 기교와 가창력을 지닌 R&B 디바이지만 늘 내게 좀 더 짠하게 다가오는 쪽은 더 따뜻한 음색을 지닌 휘트니 휴스턴이었다. 그렇게 감성과 기교 사이에서 선택권이 주어지면 주로 감성 쪽의 손을 들어주곤 했는데, 그 이유는 기교가 너무 좋은 가수들은 오히려 테크닉에 감성이 묻혀 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통 K-Pop 발라드의 경우는 뛰어난 기교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연 방식의 음악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 대유행을 하게 되면서 꽤 오랫동안 경연에 최.. 더보기
레이나 x 나다 - 어부바 늦은 밤 오는 사람 술에 취해 온 사람 속 얘길 할 수 없는 사람 엄마를 힘들게 했던 사람 늘 안된다 했던 사람 찾을 땐 없는 사람 이 앞 부분 가사에서는 내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뒤로 갈수록 딸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의 심정으로 몰입해서 듣게 된 노래. 딸이 커버리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자주 안아주어야 겠다.추억에 빠지는 시간, 레이나&나다 <어부바> 무대미쓰백 | 매주 목요일 밤 11시 미쓰백! 많은 시청 바랍니다.tv.naver.com 더보기
백화점 찬가 난 이상하게 백화점, 그 중에서도 특히 1층이 좋더라. 선물용 외에는 내가 살만한 물건은 1도 없는 곳이지만 여성 코스메틱 매장에서 브랜드별로 온통 뒤섞인 향기를 맡고 있으면 기분이 아주 나른하고 편안해진다. 그리고 남자가 에블린이나 빅토리아 시크릿 같은 여성 속옷 매장을 슬쩍 곁눈질이 아니라 유심히 바라보면 뭔가 변태가 된 느낌이지만 코스메틱 계열은 그런 류의 죄의식을 전혀 느낄 필요가 없다. 사실 자본주의와 물질주의를 대표하는 백화점 중에서도 1층은 가장 힘을 준 공간이기도 하고 무엇이든지 절정에 이른 것들은 본능적으로 매혹적이게 마련이니까. 난 그저 살짝 그 유혹에 따랐을 뿐. 돈이 안드는 향기로운 사치. 더보기
데미안 - 심규선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에는 모범적이고 신실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평범하고 심약한 싱클레어와 어른스럽고 강인하면서도 신비한 눈빛을 지닌 데미안이 등장한다. 그리고 둘은 한 사건을 계기로 마치 영혼의 끌림처럼 운명적인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군대 시절 내가 있던 내무실은 건물 가장 우측에 위치해 있었는데, 주위에서는 한마디로 ‘좆같은 7내무’라고 불렀다. 알고보니 대대로 부대에서 역대급으로 악명 높은 병장들을 수차례 배출한 나름 전통의 명가였기 때문이었다. 싱클레어처럼 유리 같은 마음을 지닌 나는 이처럼 폭압적인 환경의 막내가 된 것이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래서 주변에 마음을 나눌 만한 존재가 있기를 바랬지만 아무리 지켜 봐도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들만 존재할 뿐 좀처럼 그럴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더보기
그림자 - 이적 돌이켜 보면 나의 군생활은 어떤 면에서는 괜찮았고 어느 면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저질 체력이다 보니 체력이 필요한 훈련 도중 남들보다 뒤쳐져서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반면 내 주특기였던 일반 행정 업무쪽으로는 조금 소질이 있어서, 한창 때는 인근 부대 및 상급 부대 내에서 보고서를 가장 빠르게 잘 만드는 병사로 어느덧 소문이 나 있었다. 사실 군대에서 일을 잘하는 요령은 별 것이 없었다. 좀 지나 보니 반복되는 업무 패턴들이 보였고, 특정한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반드시 작성되어야 할 보고서의 초안을 간부들의 책상에 말없이 미리 올려 두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면 약간의 첨삭을 거쳐 부대 내 최상급자에게 보고되곤 했다. 손이 빠르다는 평판 덕분인지 장교나 하사관 등 간부들 .. 더보기
쉼 - 이소라 잠시 쉬고 싶었다. 정말 그 생각 뿐이었다. 대학교 2학년까지의 성적은 학사 경고까지는 아니었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르지 못할 것도 없는 지경이었다. 어설픈 해방감과 무력감이 결합된 대학 생활은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학교로 오고 가는 길마다 고민이 끊이지 않았고 당연히 제대로 된 연애는 커녕 그 쪽으로도 늘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잠시 쉬기로. 바로 군대에서. 군대에 다녀 온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안다. 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소리인지를. 여자들과의 대화 중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는 금기어이며, 특히 둘의 조합은 그야말로 금기 중 금기어이다. 그럼에도 내가 주변의 기혼인 여성 동료들에게 군대에 대하여 그럭저럭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할 때 드는 한가지 예시가 있다. 어느날 갑자기 대.. 더보기
선을 넘다, 토이 - 세 사람 (With 성시경) 굳이 고백하자면 나는 가수로서의 성시경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남자로써 보기에 여성들이 뭔가 홀린 듯이 좋아하는 것이 샘이 난다거나 하는 류의 이유는 아니다. 그의 타고난 보이스톤이나 가창력 그리고 그가 불렀던 노래들은 좋아했지만 조금 뒤에 밝힐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동엽, 허지웅, 곽정은, 유세윤 등과 함께 출연했던 마녀사냥이라는 19금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가 한 인간으로써 보여주던, 선명하면서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을 깔끔하게 지켜내는 솔직한 의사 표현과 사고 방식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성시경의 노래들은 좋아했지만 보컬에 빠져들지 못했던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였다. 너무 교과서처럼 반듯하다는 것. 스마트한 인상에 키도 훤칠한데다 공부도 잘했기에 왠지 삶에 커다란 굴곡이 있을 거라.. 더보기
인사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오는 오래된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사람으로써, 내가 지키고 사는 개인적인 신앙에는 다소 맞지 않을지언정 고통의 작은 조각을 나누어 본 한 이웃의 모습으로 그녀에게 조그만 위로의 인사말을 건내고 싶다. 고단한 삶 버텨내느라 고생 많았다고. 괴로움 참으며 애써 웃는 표정 짓지 않아도 된다고. 그 곳에서는 잠들면서 내일 아침 눈 뜨는 것이 두렵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곁에 있는 어머니 손 꼬옥 잡아 주라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