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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 김동률 - 아이처럼 햇살이 따뜻한 보통의 봄날이었다. 그녀의 집인 상도동을 상계동으로 잘 못 알아들은 나는, 나름의 배려를 해준답시고 집과는 전혀 거리가 먼 대학로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고는 30분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해 오래간만인 대학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 즈음이 되어서 막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대학로 거리를 가로지르며 걸어 가던 그 순간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브라운 투피스를 입고 옷 색깔에 맞춘 눈 화장을 하고는 입술을 살짝 비쭉거리며 쨍한 햇살을 비집고 그녀가 내 쪽으로 걸어오던 순간을.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그녀는 별것 아닌 내 이야기에도 큰 눈을 반짝거리며 크게 웃어 주었고, 데이트를 마친 후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는 동안 보통의 하루였던 그날은 완벽한 .. 더보기
Girl’s Invasion into Japan, 소녀시대 - 다시 만난 세계 주 : Girl’s Invasion - 러블리즈의 정규 1집 앨범 명 과거의 일본은 하는 짓이 괘씸하고 얄밉지만 감히 넘어서지 못할 벽과 같은 그런 존재였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무의식중에 TV에서 방영하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고, SONY나 AIWA, Panasonic의 미니 카셋트를 하나쯤 가져보지 않은 친구가 없었으며, 불법 복제된 일본 게임이나 만화책을 즐기곤 했다. 일본 문화에 더욱 심취했던 친구들은 J-Pop을 주로 듣거나 일본 패션 잡지인 논노를 챙겨 보기도 했다. K-Pop으로 불리기 이전의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본 음악을 어설프게 카피해서 마치 제 것인양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사실 K-Pop의 아이돌이라는 개념도 일본의 영향권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러다보.. 더보기
장화, 홍련 - 돌이킬 수 없는 걸음, 이병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병우의 영화음악 한 곡 추천.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꼽은 한국의 영화감독 3인(박찬욱, 봉준호, 김지운)중 한 명인 김지운 감독의 2003년작인 장화, 홍련은 김지운 감독 뿐만 아니라 이병우 음악감독에게도 분기점이 되어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에필로그에서 흘러 나오는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은 장르상 공포 영화에 속한 이 영화가 지닌 비극적 슬픔이라는 메인 주제를 관통하는 곡으로, 이병우의 여러 영화음악 작업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곡. 더보기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이병우 오늘은 개인적으로 아끼는 영화음악 한곡 추천. 배용준과 이미숙, 전도연이 함께 출연했던 2003년작 스캔들은 지금 봐도 꽤 야한 축에 속하는 19금 작품인데, 이걸 왜 굳이 회사 동료들과 같이 영화관에서 보았는지 의문이다. 아무튼 동료들과 나란히 앉아서 침 삼키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면서 은근히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겨울연가로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욘사마 배용준의 연기를 보기 위해 한국행 티켓을 끊은 일본 팬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순정남 욘사마가 천하의 바람둥이와 호색한으로 등장해 버리니. 이 작품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미장센이 독특하다거나 영화 음악이 끌린다거나 하는 것처럼 무언가 한가지 꽂히는 요소를 확인하면 .. 더보기
김동률 - 동행 성향상 사람을 꽤 가려서 만나기도 하고, 대외적으로 노출시키는 모습과는 달리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명확한 선을 두고 곁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알고보면 꽤 냉정한 성격인지라 극소수의 절친 또는 지인들하고만 오래도록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는 편이다. 그래서 먼저 마음을 열고 내게 호감을 표시하면서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원했던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도 꽤 주었던 것 같다. 요즘 흔히 말하는 인싸처럼 주변에 친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얼핏 부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정작 내가 절망적이고 힘든 상황에서 깊은 위로가 되어 주는 존재는 극히 드물다. 특히 가족이 오히려 상처가 되는 상황에 처한 인간인 경우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비참할 것만 같던 상황이 반복되던 시기에 그저 묵묵히 마음 아파해 주며 .. 더보기
인생은 아름다워 (Life Is Beautiful) 아무래도 영화광이 아니다보니 영화 한편에 대해 길게 쓸 만한 재주는 없지만, 내 기억에 강하게 여운이 남은 추천 영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내용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영화 내내 무장이 완전히 해제된 상태로 마음을 풀어 헤치고 있다가 마지막 즈음에 갑자기 누군가에게 복부를 세게 가격당했을 때처럼 숨이 한동안 턱 막히던 기억을 준 작품. 더보기
헤이즈 - 비도 오고 그래서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에 어울리는 선곡인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 원래 헤이즈는 2014년에 힙합 뮤지션으로 데뷔했었고 2015년에는 언프리티 랩스타 2라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후에 발표하는 음악 스타일을 보면 딱히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OST 경력도 화려한데 도깨비, 호텔 델루나, 동백 꽃 필 무렵,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꾸준히 대박 드라마의 OST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에 발표된 미니 3집 앨범 '/// (너 먹구름 비)'의 수록곡인 ‘비도 오고 그래서(Feat. 신용재)’는 빗소리와 잘 어울리는, 헤이즈 특유의 몽환적이고 잿빛 같은 보이스가 매력적인 곡이다. 흔히 말하는 요즘 세대들이 좋아하는 요즘 목소리. 더보기
유키카 - 그늘 유키카의 1집 서울여자 앨범은 전체적으로 곡이 배치된 순서에 따라 내용이 연결되는 선명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초반부에 위치한 ‘서울여자’가 처음 서울에 도착했을 때의 신기함과 설레임을 표현한 곡이라면, 후반부의 ‘그늘’은 이 앨범의 스토리가 결국 새드 엔딩으로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곡의 멜로디 라인과 사운드는 마치 90년대의 윤상과 강수지 라인이 구축했던 꿈의 조합의 오마쥬처럼 느껴지는데, 마이너와 반음계의 장인으로 불리우는 윤상의 영향이 깊게 느껴지는 요소들이 이 곡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유키카의 보컬 또한 얼마전 소개했던 서울여자와는 달리 곡 특유의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를 진득하게 살려낸다. 특히 한국어 발음이 매우 좋기 때문에 곡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요소가 전혀 없고, 왠만한 우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