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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 공원에서 초등학생 시절 ‘나의 동네’는 고만고만한 이층집이 사이좋게 양옆으로 늘어선 골목길이었다. 초등학생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그 곳에서 동네 아이들과 이런 저런 놀이를 하거나, 골목 끄트머리의 작은 풀밭에서는 방아깨비나 사마귀 같은 곤충을 잡기도 했다. 서울이었지만 날이 좋은 저녁이면 별들도 제법 보였기에 늦게까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혼자만 다른 생각에 빠져 멍하니 밤 하늘을 올려다 보곤 했다. 요즘의 유희열은 예능에서 희화화된 이미지로 비춰지곤 하지만, 내게는 그의 연주곡 ‘Night in Seoul’의 선명하고 도회적인, 그리고 치밀하고 완벽한 퓨전 사운드로 강렬한 첫 인상이 새겨져 있다. 2008년에 그가 발표한 소품집 ‘여름날’은 그런 치밀함, 날카로움과 반대로 ‘비움의 정서’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 더보기
유키카 - 여자이고 싶은걸 (loving you) 시티팝의 레트로함을 조금 줄이고 느긋한 템포의 디스코로 다시 돌아온 유키카의 새 싱글 ‘여자이고 싶은걸 (loving you)’. 유키카만의 매력을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timeabout,’ 앨범 이후의 두 싱글에서는 확실히 특유의 매력이 다시 돌아왔다. ‘서울여자’ 나 ‘네온’ 처럼 순도 백프로의 시티팝 느낌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완전 레트로풍을 벗어나 조금 더 요즘 사운드에 다가선 시도와, 흔히 듣기 힘든 까다로운 진행의 후렴구를 여유있게 소화해내는 발전된 보컬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곡의 이미지와 뮤직 비디오의 분위기도 유키카의 목소리와 찰싹 달라 붙는데, 본인의 매력인 알맹이를 그대로 남겨 두면서 적절하게 변화를 준 느낌이다. 더보기
鐵血, SPYAIR - Rage of Dust SPYAIR의 노래 중 가장 취향저격인 ‘Rage of Dust’.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시즌 2의 오프닝 곡으로 작품에 대한 엄청난 혹평에 비해 OST 음악 쪽은 대부분 호평일색이었다. 마치 음반을 샀더니 보너스로 애니메이션이 들어 있는 느낌이랄까? ‘기동전사 건담 AGE’,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등 SPYAIR가 참여했던 비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대부분 작품 평가가 박했던 걸 떠올려 보면 팀 역량에 비해 지지리도 작품 운이 없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철혈의 오펀스 특유의 찌든 기름내와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질감이 물씬 느껴지는 전투씬 연출이 꽤 마음에 들었어서 그럭저럭 타임 킬링용으로는 무난하다고 생각했지만, 살인을 저지르고도 일말의 감정 변화를 느끼지 않는 주인공의 싸이코패스.. 더보기
나와 일본 락밴드의 연결고리, SPYAIR - My World 한국 아이돌 음악이 무시무시한 퀄리티를 자랑하게 되면서 놀림거리로 일본 아이돌 음악과 자주 비교하곤 하는데 사실 조금은 불공정한 비교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일본의 서민 규동 프렌차이즈 ‘요시노야’와 우리나라의 고급 음식점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재 시점 기준으로 보면 아예 체급이 다른거다. 내수 중심의 일본 아이돌 음악이 외부에서 바라볼 때 이해하기 힘든 기형적인 모습이 되었지만, 여전히 일본의 음악 산업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크고 그 안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공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YB 같은 탑 레벨이 아니면 굶기 쉬운 장르가 락이지만 일본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지닌 락밴드들이 흔하다. 음악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이 밴드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커다란.. 더보기
Lady Gaga, Bradley Cooper - Shallow (A Star Is Born OST) 충격적인 무대 의상과 퍼포먼스 그리고 온갖 돌출 행동으로 인해 마돈나의 뒤를 잇는 새 시대의 마녀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레이디 가가. 영화 ‘A Star Is Born’에서의 화장기 옅은 수수한 그녀의 모습은 평상시(?) 독한 메이크업보다도 오히려 더 큰 충격을 세상에게 안겨 주었다. 스크린에서의 인간미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평상시 가면처럼 걸치고 있던 어둡고 무거운 마녀의 옷을 벗었을 때의 그녀는 실은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다. 평소 센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충만한 발라드 감성을 지녀서 새삼 놀라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레이디 가가 역시 A Star Is Born OST 수록곡 Shallow에서 그런 반전의 통쾌함을 제대로 선사해준다. 더보기
내겐 조금 무서운 누님, Björk - I’ve Seen It All (어둠 속의 댄서 OST) 요즘은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어릴 적 동네 주택가를 걷다 보면 어느 집에서인지 무당의 굿판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호기심이 동한 내가 흘깃거릴 때마다 곁에 있던 어머니는 네가 볼 것이 아니라며 내 손을 이끌고 급히 그 자리를 뜨게 하곤 했다. 나이가 들어 긴 사춘기를 관통하면서 어둡고 기괴한 음악들에도 나름 단련이 된지라 왠만한 음악에는 쫄지 않는 편이지만, 비요크가 주연했던 영화 ‘어둠 속의 댄서’에서 처음 듣게 된 그녀의 목소리는 충격적이었다. 아이같은 순수한 외모와 대비되는, 인간의 심연에 잠들어 있는 원초적인 공포를 깨우는 듯한 절규는 무당의 굿판이 클라이막스로 치달을 때의 느낌과도 닮았다. 다른 세계의 영적 존재와 소통하는 영험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의 보컬을 듣고 있노라면, 불빛이 없는.. 더보기
겨울왕국, Madonna - Frozen 1996년 어느날 로마를 방문했던 그녀는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알현을 요청한다. 갓 태어난 딸의 세례와 축복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뮤직 비디오에서의 불타는 십자가를 비롯해 온갖 신성모독적인 퍼포먼스 덕분에 이미 로마 카톨릭으로부터 마녀로 낙인찍힌지 오래였다. 카노사의 굴욕, 오래 전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괘씸죄로 교황에게 파문당한 뒤 교황이 거하던 카노사 성문 앞에서 금식하며 무릎꿇고 빌었던 사건처럼 팝의 여제였던 그녀도 간절히 딸의 축복을 구했지만 결국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채 낙심하며 돌아섰다. 거침없는 퍼포먼스와 행실로 마녀의 지위에 올랐던 그녀였지만 딸에게 만큼은 신의 축복을 선물해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간만의 추천곡 마돈나의 Frozen은 어둡고 차가운 북구의 마녀가 떠.. 더보기
마녀의 발라드, Madonna - Take A Bow 1994년 발표된 Madonna의 Bedtime Stories 앨범의 수록곡 Take A Bow. 이 곡은 Kenneth Edmonds와의 공동 작곡으로 만들어진 발라드 곡으로 Kenneth Edmonds라는 이름은 90년대를 완전히 지배했던 명 프로듀서 베이비페이스의 본명이다. 씁쓸한 이별의 감정을 담은 가사, 오리엔탈적인 멜로디와 그 멜로디라인을 애무하듯 농염하면서도 감성적인 보이스. 그리고 투우 장면과 베드씬이 서로 끈적이며 오버랩된 아름다운 뮤직 비디오는 그녀가 왜 시대의 아이콘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역시 어나더 클래쓰의 뮤지션은 어떤 장르를 하던지 다르구나 싶었던, 개인적으로 그녀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만들어 준 노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