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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거위의 꿈 - 인순이 (원곡 카니발)

 

이미지 출처 : https://namu.wiki/jump/f07wUKfEZynaFfl6cScN3%2BwGqMHplEQRQxZahF757QvLy17%2BcvUvdeGCjvoHNyBA

노래를 잘 하는 예전 가수. 나에게 인순이는 그런 느낌의 가수 였다.

어린 시절 나를 가요(지금의 K-Pop)로 입문시킨 뮤지션은 유재하와 이문세였기 때문에 그 이전 세대 가수들은 아무래도 내게 늘 그런 이미지일 수 밖에 없었다.

2005년 5월 13일 늦은 밤, 나는 평소 습관처럼 내 방에 있던 브라운관 TV를 켰다. 지금의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윤도현의 러브레터'이던 시절의 그 날, 인순이는 마지막 가수였고 끝 곡으로 이 노래 '거위의 꿈'을 불렀다. 노래 가사에 담긴 그녀의 진정성에 내가 세워 둔 벽은 어느새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4:33 부근부터 감정이 복 받쳐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하는 부분까지 이르면 그녀가 혼혈 뮤지션으로써 지나온 아픔과 마음의 울림이 듣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오기 시작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힘겹게 노래를 마친 후 관객석을 향해 가볍게 감사의 목례를 몇번 하고 여운을 남긴 채 무대 뒤로 퇴장하는 실루엣까지도 하나의 정점을 이룬 예술 그 자체였던 이 날의 무대. 이 무대를 전환점으로 그녀는 그제서야 시대를 초월하는 감성을 지닌 한 명의 위대한 디바로 우뚝선다.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라는 약점 때문에 그녀는 자기 자신을 늘 싱어라는 포지션으로 겸손하게 지칭하곤 한다. 하지만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음역의 모든 음을 감정 과잉의 느낌없이 한 음도 허투로 쓰지 않고, 주어진 노래와 하나가 되어 온몸으로 쏟아내는 그녀이기에 적어도 자신이 속한 싱어 또는 보컬리스트라는 위치에서 최고의 아티스트이자 디바라고 불리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