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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김동률 - 황금가면 녹음실에서 잠든 신해철을 보며 베이시스트 서동욱과 한참을 키득거리던 전람회 1집에서의 김동률은 어느덧 수퍼 히어로를 동경하던 어린 시절을 그리는 ‘어쩌다 어른’이 되었다. 더보기
공항가는 길 딱히 대단치는 않지만 할 것과 먹을 것 그리고 갈곳을 대략 정리해 둔 스케쥴표, 미리 출력해 둔 호텔 바우처와 항공권 e-ticket 그리고 여권, 스마트폰이 있지만 그래도 작은 카메라와 가벼운 렌즈 하나, 평소 보다 이른 시각에 맞춰둔 기상 알람, 미리 챙겨둔 캐리어 가방, 약간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는 공항버스, 간혹 아주 운수 좋은 날 복권처럼 업그레이드 되기도 하는 자리, 일부러 목소리에 특수효과를 넣은 듯 이륙을 알리는 기장의 시크한 안내 방송, 힘찬 제트 엔진 소리, 비행기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져 마찰력이 사라질 때의 매끈한 감각,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이코노미석 팔걸이, 긴장감에 항상 살짝 체하듯 하지만 그래도 그리운 기내식, 할 일이 모두 사라져 시간 때우기로 보고 나면 내.. 더보기
완벽한 하루, 김동률 - 아이처럼 햇살이 따뜻한 보통의 봄날이었다. 그녀의 집인 상도동을 상계동으로 잘 못 알아들은 나는, 나름의 배려를 해준답시고 집과는 전혀 거리가 먼 대학로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고는 30분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해 오래간만인 대학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 즈음이 되어서 막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대학로 거리를 가로지르며 걸어 가던 그 순간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브라운 투피스를 입고 옷 색깔에 맞춘 눈 화장을 하고는 입술을 살짝 비쭉거리며 쨍한 햇살을 비집고 그녀가 내 쪽으로 걸어오던 순간을.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그녀는 별것 아닌 내 이야기에도 큰 눈을 반짝거리며 크게 웃어 주었고, 데이트를 마친 후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는 동안 보통의 하루였던 그날은 완벽한 .. 더보기
김동률 - 동행 성향상 사람을 꽤 가려서 만나기도 하고, 대외적으로 노출시키는 모습과는 달리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명확한 선을 두고 곁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알고보면 꽤 냉정한 성격인지라 극소수의 절친 또는 지인들하고만 오래도록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는 편이다. 그래서 먼저 마음을 열고 내게 호감을 표시하면서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원했던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도 꽤 주었던 것 같다. 요즘 흔히 말하는 인싸처럼 주변에 친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얼핏 부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정작 내가 절망적이고 힘든 상황에서 깊은 위로가 되어 주는 존재는 극히 드물다. 특히 가족이 오히려 상처가 되는 상황에 처한 인간인 경우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비참할 것만 같던 상황이 반복되던 시기에 그저 묵묵히 마음 아파해 주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