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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김동률 - 동행

성향상 사람을 꽤 가려서 만나기도 하고, 대외적으로 노출시키는 모습과는 달리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명확한 선을 두고 곁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알고보면 꽤 냉정한 성격인지라 극소수의 절친 또는 지인들하고만 오래도록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는 편이다. 그래서 먼저 마음을 열고 내게 호감을 표시하면서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원했던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도 꽤 주었던 것 같다.

요즘 흔히 말하는 인싸처럼 주변에 친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얼핏 부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정작 내가 절망적이고 힘든 상황에서 깊은 위로가 되어 주는 존재는 극히 드물다. 특히 가족이 오히려 상처가 되는 상황에 처한 인간인 경우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비참할 것만 같던 상황이 반복되던 시기에 그저 묵묵히 마음 아파해 주며 곁을 지켜준 친구가 있었기에 그래도 실패한 삶은 아니었다고, 아니 이번 생은 꽤 괜찮았노라고 나중에 신 앞에 서서 감사를 고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생 시절 나보다 군대에 먼저 가있던, 나와 음악적 성향이 거의 일치하는 절친에게 그 즈음 개인적으로 주목하던 뮤지션들이 노래를 선곡해서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보내주곤 했는데 그 테이프에 김동률의 데뷔작인 전람회 1집(프로듀서 고 신해철) 타이틀곡 기억의 습작이 담겨 있었다. 이 곡은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는 코멘트와 함께.

시적인 가사와 적재 적소에 배치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곡의 감성을 극대화시키는 감각, 그리고 마음속 저 깊은 구석까지 아릿한 울림이 전해지는 보이스는 김동률이 데뷔 이후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그 만의 유니크한 음악성을 단단하게 지켜준 자산과도 같은 것이다.

오늘의 선곡은 김동률의 정규 6집 수록곡인 동행.

이 노래의 가사와 같이 말해주는 존재가 단 한명이라도 곁을 지키고 있다면 당신의 삶은 결코 실패한 삶이 아니다.

넌 울고 있었고 난 무력해했지 
슬픔을 보듬기엔 내가 너무 작아서 
그런 널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던 건 함께 울어주기 

그걸로 너는 충분하다고 
애써 참 고맙다고 내게 말해주지만 
억지로 괜찮은 척 웃음 짓는 널 위해 
난 뭘 할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꼭 잡은 두 손이 나의 어깨가 
네 안의 아픔을 다 덜어내진 못해도 
침묵이 부끄러워 부르는 이 노래로 
잠시 너를 쉬게 할 수 있다면 

너의 슬픔이 잊혀지는 게 
지켜만 보기에는 내가 너무 아파서 
혼자서 씩씩한 척 
견디려는 널 위해 난 뭘 할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벽이 
가늠이 안될 만큼 아득하게 높아도 
둘이서 함께라면 오를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내일은 조금 더 나을 거라고 
나 역시 자신 있게 말해줄 순 없어도 
우리가 함께 하는 오늘이 또 모이면 
언젠가는 넘어설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길이 
끝없이 뒤엉켜진 미로일지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닿을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언젠가 무엇이 우릴 또 멈추게 하고 
가던 길 되돌아서 헤매이게 하여도 
묵묵히 함께 하는 마음이 다 모이면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을까

김동률 - 동행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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