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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감성과 기교 사이, 이예준 -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 (원곡 노을)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 중 개인적으로 한 명만 꼽으라면? 난 항상 망설임 없이 휘트니 휴스턴을 고르곤 했다. Emotions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정말 말도 안되는 고음을 듣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지만 말이다. 둘 다 모두 엄청난 기교와 가창력을 지닌 R&B 디바이지만 늘 내게 좀 더 짠하게 다가오는 쪽은 더 따뜻한 음색을 지닌 휘트니 휴스턴이었다.

그렇게 감성과 기교 사이에서 선택권이 주어지면 주로 감성 쪽의 손을 들어주곤 했는데, 그 이유는 기교가 너무 좋은 가수들은 오히려 테크닉에 감성이 묻혀 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통 K-Pop 발라드의 경우는 뛰어난 기교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연 방식의 음악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 대유행을 하게 되면서 꽤 오랫동안 경연에 최적화된 테크닉 위주의 가수들이 대세였는데 그러다 보니 적잖은 피로감을 느끼곤 했었다.

오늘 소개하는 이예준도 유명 경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보이스 코리아 시즌 2의 우승자 출신이긴 하지만 그녀는 뭔가 조금 달랐다. 유희열의 스케지북에서 부른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를 들어보면 감성과 기교 사이에서 감성 쪽에 훨씬 무게 중심을 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 와중에도 뛰어난 기교가 숨겨지진 않지만 굳이 과시하려는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마도 코러스를 오래 했던 경력이 과한 기교를 절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원곡자인 노을이 4명이서 나눠 부르는 노래를 혼자 감당하면서도 전혀 버겁거나 비어 보이는 구석이 없다.

특히 감성을 툭 건드리는 여린 바이브레이션은 거의 치트키 수준인데 근래 들어본 가수 중 감성과 기교의 밸런스가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노래가 지닌 감성에 충실한 가수가 아닌가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s://namu.wiki/jump/8SuEiODSu5qFi9LfDeUHSXMMkm374wej%2B5Egn1SZxcMQ1rQlyO24oqkYbowYzRUyN3xIz8ybhKduhPuEAWj6bg%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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