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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데미안 - 심규선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에는 모범적이고 신실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평범하고 심약한 싱클레어와 어른스럽고 강인하면서도 신비한 눈빛을 지닌 데미안이 등장한다. 그리고 둘은 한 사건을 계기로 마치 영혼의 끌림처럼 운명적인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군대 시절 내가 있던 내무실은 건물 가장 우측에 위치해 있었는데, 주위에서는 한마디로 ‘좆같은 7내무’라고 불렀다. 알고보니 대대로 부대에서 역대급으로 악명 높은 병장들을 수차례 배출한 나름 전통의 명가였기 때문이었다. 싱클레어처럼 유리 같은 마음을 지닌 나는 이처럼 폭압적인 환경의 막내가 된 것이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래서 주변에 마음을 나눌 만한 존재가 있기를 바랬지만 아무리 지켜 봐도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들만 존재할 뿐 좀처럼 그럴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더보기
데미안 - 헤르만 헤세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마 7:11) 세상의 부모 중 자식을 의도적으로 불행에 빠뜨리고자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견상으로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던 그의 집은 그에게는 마치 지옥과 같았다. 지금은 다시 궁궐로 복원된 창경궁이 동물원인 창경원으로 불리던 어린 시절, 그 곳에서 부모의 손에 매달려 잠시 허공에 떠있던 선명한 기억을 제외하면, 그의 성장기는 신화의 결말과는 달리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져버린 채 실패해 버린 오이디푸스에 다름없었다. 락음악에 미쳐 있던 사춘기 시절 친구가 그에게 건네 준 데미안. 그는 책을 다 읽은 후 뒷 표지를 덮고 일어서서 비틀려진 세상의 미세한 균열을 통해 그를 쏘아보는 강렬한 빛을 마주 보았다. 그 존재의 이름은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