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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PowerBook 5300cs

나의 첫 맥이었던 피자 박스 모양의 Macintosh LC 475는 내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어머니가 중고로 판매하셨기 때문에, 제대한 이후에는 내 컴퓨터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모은 알바비로 두번째 맥을 구입하기 위해 알아보게 되는데, 이번에는 왠지 노트북에 대한 환상 때문에 데스크탑 대신 노트북이 구매하고 싶어졌다.

그 당시 점점 거대해져 가는 Windows + Intel 조합(Wintel)에 대항하기 위해 Apple, IBM, Motorola 3개 회사가 연합하여 PowerPC라는 새로운 방식의 CPU를 개발하게 되는데, 그래서 맥에는 기존의 Motorola 68 계열 CPU가 아닌 이 PowerPC가 탑재되어 Power Macintosh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되던 시기였다.

맥 노트북 라인업은 최초의 포터블 모델인 Macintosh Portable 이후 PowerBook이라는 제품군으로 불리우고 있었는데, 데스크탑 라인의 대표색인 흰색과 달리 차별화된 검정색 바디가 특징이었다. 새로운 CPU인 PowerPC가 최초로 탑재된 PowerBook 모델은 저전력 버전인 PowerPC 603e가 탑재된 PowerBook 5300 시리즈였다. 5300 시리즈는 크게 흑백 LCD 모델과 컬러 LCD 모델, 그리고 컬러 LCD 모델은 또 패시브 매트릭스 컬러 LCD와 액티브 매트릭스 컬러 LCD로 구분되어 있었고, 나는 지갑 사정에 맞추어 그 중 패시브 매트릭스 컬러 LCD를 탑재한 PowerBook 5300cs 모델을 중고로 구입하게 된다.

PowerBook 5300cs는 100MHz의 PowerPC 603e CPU, 8MB 메모리, 500MB 하드디스크,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10.4 인치 사이즈의 640x480 해상도를 지원하는 패시브 매트릭스 컬러 LCD와 대략 2.8 키로 무게의 스펙을 지닌 노트북이었는데, 사용하다 보니 크게 두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PowerPC 저전력 버전인 603e의 성능이 그다지 신통하지 않았는데, 사실 데스크탑 용인 PowerPC 601의 경우도 그 당시 MacOS였던 System 7.5 버전이 완벽하게 PowerPC용으로 포팅되어 있지 않아 상당 부분 남아 있던 68계열용 레거시 코드를 에뮬레이션 형태로 실행하다보니 도저히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기반 OS가 그런 상황에서 저전력을 위해 성능이 대폭 다운된 PowerPC 603e까지 더해져 버리니, 어떤 가벼운 동작을 수행하더라도 반응이 한박자씩 늦는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또 한가지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그 당시 컬러 LCD 기술이 워낙 초창기 수준이라,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개발되었던 저가형 버전인 패시브 매트릭스 컬러 LCD에 잔상 현상이 매우 극심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면 커서의 잔상 들이 졸졸 따라다니는 정도였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화면 전환이 빠른 게임은 플레이 하려고 해도 도저히 제대로 플레이 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이 기종에 대한 좋은 기억은 거의 없었고, 결국 얼마 사용하지 않은 채 다시 판매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https://ko.ifixit.com/Device/Apple_Powerbook_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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