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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PowerShot G1

나의 첫 디지탈 카메라는 Apple사의 QuickTake 200이었지만 정작 변변한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 마음 속의 첫 디지탈 카메라는 Canon사의 하이엔드 디지탈 카메라 라인업으로 유명했던 G 시리즈의 시조인 PowerShot G1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Canon이 PowerShot G 시리즈를 하도 남발한 탓에 국내 포탈 사이트에서 Canon PowerShot G1으로 검색하면 PowerShot G1 X 시리즈가 주로 검색돼 버려서 제대로 된 자료를 찾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2002년 정도로 기억나는데, 그 당시 친구가 렌즈 부분이 회전되는 독특한 디자인의 Nikon CoolPix 950이라는 디지탈 카메라를 내게 자랑삼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곧 머지않아 너도 나도 디지탈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는 디지탈 카메라의 황금기가 시작되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성격으로 유명한 사이트가 되어 버렸지만 그 당시만 해도 순수(?) 디지탈 카메라 커뮤니티였던 디시인사이드 라는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지식과 정보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추어 사진 작가들이 디지탈 카메라로 촬영한 멋진 사진들을 날마다 감상하곤 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김주원 작가(공식 블로그 : blog.naver.com/joowon77)의 감성 넘치는 아마추어 시절 사진들을 보고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아마추어 시절임에도 김주원 작가의 사진은 인물 사진이든 풍경 사진이든 장르 불문하고 매우 감각적이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그와 아주 조금이라도 비슷한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김주원 작가가 그 시절 사용하던 카메라는 Canon의 IXUS 컴팩트 카메라와 이후 PowerShot G2였고, 아무래도 그의 영향으로 Canon 기종을 중심으로 살펴보다가 그 중 내 눈에 들어 왔던 기종이 바로 Canon PowerShot G1이었다. 그래서 중고로 일본 내수 제품을 덥석 구입하게 되는데, 지금은 원색 필터(RGB) 기술에 밀려 완전히 사장되어 버린 보색 필터(C-Y-G-M) 기반의 300만 화소 CCD 센서를 사용한 덕분에 매우 유니크한 색감을 지닌 카메라였다. 사진 결과물에 전반적으로 엷게, 특히 하늘색에 마젠타가 살짝 입혀진 몽환적인 색감이 특징적이어서 다른 카메라에 비해 색감이 그다지 정확하지 않은 점이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런 다소 비현실적인 느낌의 결과물 마저도 완전 초보인 내게는 매력적이었다.

G1의 디자인은 전형적인 캐논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각지고 심플한 디자인이었는데 그 유니크함이 후속작인 PowerShot G2보다도 더 맘에 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3배줌 화각(환산 34-102mm 화각), 구도 잡기에 편리한 스위블 액정에 더해서 완전 수동 모드까지 지원되는 꽤 본격적인 카메라였기 때문에 내 의도를 반영하여 사진 촬영이 가능한 첫 디지탈 카메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급하게 구한 중고품이다보니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오래 사용하지 못하고 새 카메라로 충동 기변을 하게 되는데 이는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실수 중 하나였다. 왜냐하면 새 카메라의 색감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G1 으로 촬영한 사진들이 지금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보니 더욱 아쉽기도 하다. 간혹 G1만의 특이한 색감이 그리워질 때가 있는데, 얼마전 Amazon 에서 PowerShot G1 중고 상품을 발견하고 마음이 잠시 혹하기도 했지만 결국 장롱 카메라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아 지르지 못했다.

G1은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에 짧게 스쳐간 찰나의 첫사랑 같은, 그리고는 다시 만나지 못한 그런 카메라였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8601342@N03/5597038682/in/pool-camera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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