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과 ARM 프로세서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

이번에는 애플에 대한 불만 한가지.

최근 들어 애플이 맥 라인업에 Intel x86 계열 대신 ARM 기반 프로세서를 탑재할 거라는 루머가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최근 Intel이 삽질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가, 애플이 자체 개발해서 iPhone과 iPad에 탑재하고 있는 ARM 프로세서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카드라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이미 A13 프로세서의 벤치 결과만 봐도 Intel i5 만큼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은 충분히 나올 거라고 예상된다. 팬리스나 작은 폼팩터 등의 장점을 기반으로 지금보다 더 소형화, 경량화 및 긴 배터리 시간 확보도 가능해 진다.

나의 불만은 ARM 프로세서가 Intel 계열을 대체할 만큼 성능이 되느냐 보다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사실 애플은 CPU나 OS, 아키텍처 갈아타기 등에 있어서 화려한 전적이 있다. CPU만 해도 Motorola 68계열에서 PowerPC로, PowerPC에서 Intel로 갈아타왔고, Intel x86에서 x64로의 전환을 비롯해서 OS도 올드맥에서 사용되었던 System 9 에서 OS X로 갈아탄 적이 있다. 이 분야에 대한 경험이 많으니 아마도 이주는 생각보다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주 과정에서 애플은 MS와 달리 구형 유저를 그리 오랫동안 배려해 주지 않는다. PowerPC의 68계열 에뮬레이터나, OS X에서 기존 Mac OS 어플리케이션을 구동하기 위한 로제타 등 전환을 위한 중간 과정을 제공해 주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이주가 마무리 되었다 싶으면 단칼에 레거시 지원을 끊어 버렸던 이력이 있다.

ARM 전환이 시작된다면 저전력 등 전성비가 중요한 맥북 하위 라인업 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존 x86 기반 어플리케이션을 ARM에서 구동하기 위한 에뮬레이터 또는 OS 차원의 무언가도 제공해 줄 것이다. 그리고 기존에 그래왔듯이 소프트웨어 벤더들에게 새 플랫폼 이주를 강요하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ARM 이주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서 모든 맥 라인업의 전환이 마무리되면 그 때부터 애플의 특기이자 본색이 나오게 된다. 특정 버전 OS에서 지금의 Intel 맥들은 레거시라는 명목 하에 지원 중단과 함께 가차없이 버려지게 될거고, 그 시점이 되면 이미 어플리케이션들 또한 업데이트 및 지원이 모두 끊겨 있는 상태가 된다.

지금도 맥북프로 13인치 2009년 모델을 인터넷이나 가벼운 작업 용도의 서브 노트북으로 사용 중인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32비트에서 64비트 전환 외에는 커다란 아키텍처 전환 없이 Intel CPU 기반으로 안정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Adobe사의 Creative Cloud나 Microsoft 365 등 최신 어플리케이션도 구동이 가능하다. 이런 어찌 보면 당연한 경험은 Windows 사용자는 기존에도 이미 누려왔던 것인데, 애플 사용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것이다.

Intel이 마음에 안들면 차라리 Ryzen 시리즈로 숙적 Intel에게 뒤집기 한판을 날린 AMD와 손잡고, AMD가 아직은 2% 부족한 모바일 프로세서 부분을 같이 보완해서 가는 건 어떨까 싶다. 솔직히 요즘 Intel하는 꼬라지(소켓 장난질, 공정 개선 실패 등)를 보고 있자면 머지 않아 AMD에게 그 자리를 내줄 것 같으니깐... 그리고 x64 아키텍처는 Intel이 거꾸로 AMD에게 라이센스 받아서 적용 중인 거라 아키텍처 전환도 필요가 없다.

이미지 출처 : https://techcrunch.com/2019/09/10/apples-new-a13-chip-is-faster-according-to-charts-with-no-numb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