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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오는 오래된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사람으로써, 내가 지키고 사는 개인적인 신앙에는 다소 맞지 않을지언정 고통의 작은 조각을 나누어 본 한 이웃의 모습으로 그녀에게 조그만 위로의 인사말을 건내고 싶다. 고단한 삶 버텨내느라 고생 많았다고. 괴로움 참으며 애써 웃는 표정 짓지 않아도 된다고. 그 곳에서는 잠들면서 내일 아침 눈 뜨는 것이 두렵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곁에 있는 어머니 손 꼬옥 잡아 주라고. 더보기
인사성과 성실함 앞서도 말했지만 성실하지 않다는 건 내게 가장 큰 불명예다. 아무리 덜떨어져도 인사 잘하고 성실하면 중간은 간다. 정작 어릴 때 들었을 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가 삶을 통해 신뢰하게 된 명제다. 대개 인사성과 성실함은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사회에서나 빛을 발하는 덕목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건 가장 끔찍한 오해들 가운데 하나다. 가진 것이 없을 때 저 두 가지는 가장 믿을 만한 칼과 방패가 된다. 타인을 가늠하는 데도 나를 무장하는 데도 좋은 요령이다. - 살고 싶다는 농담 (2020), 허지웅 - 더보기
뻔뻔함과 성찰 사이 살아가면서 점점 더 느끼지는 건, 삶이 적당하려면 뻔뻔함과 자기 성찰 사이의 절묘한 지점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계속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일종의 균형감각인 셈이다. 적절한 뻔뻔함은 자신에 대한 공격(여기서 공격 주체는 자기 자신까지 포함)으로부터 내면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다. 그렇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수시로 타인에 대한 선을 넘으며 서슴없이 주변에 해를 끼치는, 염치를 모르는 괴물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곤 한다. 반면 자아 성찰은 사람 고쳐 쓰는 법 아니라는 절망적인 속설처럼, 인간이 지닌 어마어마한 관성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여지를 남겨 주는 희망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이런 고귀한 능력도 일정 선을 넘어가면 본인의 영혼 깊숙한 곳까지 다치게 한다. ‘나는 원래 이런.. 더보기
남자가 여자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을 때 나도 연애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모 사이트에서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다시 붙잡으려고 하는 분에게 내가 남긴 댓글. 여자들의 이별은 남자와 많이 다릅니다. 마음 속에서 이미 헤어짐의 과정이 다 정리된 뒤, 더이상 미련이 없을 것 같을 때 결과를 통보하는 거에요. 저도 붙잡아 본적이 있기에 해보시는 걸 말리지는 않겠지만, 결과가 좋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만남을 유지하던 중에 여자가 그 남자가 기억날 만한 포인트(유난히 다정 다감했다던지, 내 모든 단점을 감내해 주었던지 하는...)를 몇가지 남겨 주었다면 한참 뒤에 한번 정도 연락이 올 수도 있습니다. 예상보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아예 연락이 안 올 수도 있고... 그동안 스스로 망가지지 마시고 더 잘 지내시는게 중요.. 더보기
데미안 - 헤르만 헤세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마 7:11) 세상의 부모 중 자식을 의도적으로 불행에 빠뜨리고자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견상으로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던 그의 집은 그에게는 마치 지옥과 같았다. 지금은 다시 궁궐로 복원된 창경궁이 동물원인 창경원으로 불리던 어린 시절, 그 곳에서 부모의 손에 매달려 잠시 허공에 떠있던 선명한 기억을 제외하면, 그의 성장기는 신화의 결말과는 달리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져버린 채 실패해 버린 오이디푸스에 다름없었다. 락음악에 미쳐 있던 사춘기 시절 친구가 그에게 건네 준 데미안. 그는 책을 다 읽은 후 뒷 표지를 덮고 일어서서 비틀려진 세상의 미세한 균열을 통해 그를 쏘아보는 강렬한 빛을 마주 보았다. 그 존재의 이름은 아.. 더보기
갤럭시에게 갤럭시님, 삼페처럼 정말 매력있으신 분이지만 아쉽게도 저랑은 인연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오랫동안 좋아하던 폰이 있거든요. 잠깐이지만 즐거웠어요. 나중에 더 좋으신 분 만나시길 바랄께요. 더보기
펭수 힐링여행 편(EP.109) 중에서 뭐냐? 이 대화를 지켜보는데 왜 마음 한켠이 저리는 거지? 펭수 : 와 노을 멋있다 그지? 범이 : 진짜 예쁘다. 펭수 : 응. 범아 범이 : 응? 펭수 : 무슨 생각해? 범이 : 으응.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펭수 : 오~ 멋있는데 범이 : 왜냐하면 내일은 회사가야 하거든 펭수 : 회사 가기 싫어? 범이 : 응 펭수 : 왜? 범이 : 원래 그런 거야 회사는… 펭수 : 그럼 가지마 범이 : 그럴 순 없어 펭수 : 왜? 범이 : 긇어놓은 카드값이 있거든 펭수 : 그럼 긇지 마 범이 : 그럴 수도 없어. 펭수 : 왜? 범이 : 사고 싶은게 너무 많거든 펭수 : 그렇구나 더보기
잃어버린 것, 버린 것 잃어버린 것은 간혹 되찾기도 하지만 한번 버린 것은 다시 찾을 수 없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