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갈림길, 러블리즈 - Destiny

 

Lovelyz - A New Trilogy (2016)

 

0. Prologue
데스티니는 윤상이 속해 있는 원피스팀이 프로듀싱한 러블리즈의 여러 곡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명곡으로 꼽고 있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데스티니의 몇가지 커버 버전들을 원곡과 비교해서 한 번에 들어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 정리해 본다.

1. 러블리즈 원곡

우선 윤상 특유의 압도적인 퀄리티를 자랑하는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마이너 진행이 바로 귀에 들어오는 원곡부터 감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후렴구 이후 반음씩 전조되며 고조되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이 곡의 킬링 포인트인데, 이 곡의 놓치기 힘든 매력 중 하나인 이과 감성의 가사도 집중해서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인터넷 상에 넘쳐 나는 이 곡의 가사 분석글을 꼭 한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참고 링크 : https://theqoo.net/index.php?mid=square&document_srl=1648479972)

[K-POP 속 지구과학] 러블리즈 - <Destiny> 가사에 담긴 이야기 - 스퀘어 카테고리

2. 오마이걸 버전

엠넷의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인 퀸덤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다소 낮았던 팀인 오마이걸에게 첫 1위와 함께 어마어마한 팬덤을 동시에 선사한 매우 유명한 커버 버전이다. 동양적인 느낌으로 새롭게 편곡된 멜로디와 새로운 안무 퍼포먼스로 선배이자 원곡자인 러블리즈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원곡 특유의 애절한 느낌을 신선하면서도 완벽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며 레전드 무대를 만들어 냈다. 중간에 옛스런 어투의 랩 파트는 보컬 라인 위주의 러블리즈와 달리 공식 래퍼가 멤버로 있는 오마이걸이기에 가능했던 부분으로, ‘~하리다., ~되리다.’등을 라임으로 활용한 래퍼 미미의 랩 작사 센스도 상당히 좋다. 다만 살짝 옥의 티라면 신디사이저 기반으로 진행되는 메인 구간이 원곡 퀄리티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인데 아무래도 상대가 이쪽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고 추앙받는 사운드 장인 윤상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3. 데이브레이크 이원석 버전

복면가왕에서 데이브레이크의 보컬 이원석이 부른 커버 버전이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초반부에서의 무겁고 심각한 전개 덕분인지 원곡자인 윤상도 무슨 노래인지 전혀 눈치를 못채는 상황인데, 옆에 앉은 김이나 작사가가 도입부 몇 마디를 듣자마자 툭 치며 알려 주는 부분이 재미 포인트이다. 윤상의 열렬한 팬이자 러블리즈 데스티니를 아이돌 명곡 원픽으로 꼽는 김이나 작사가의 엄청난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 신스팝 형태의 원곡과는 전혀 다르게 밴드 음악 스타일로 색다르게 편곡된 버전이다. 참고로 영상을 보면 패널 중 오마이걸 멤버들도 앉아 있다.

4. Epilogue
러블리즈의 데스티니가 발표된 지 4년 정도 된, 그리 오래된 곡이 아님에도 다양한 버전의 커버가 있다는 건 그만큼 러블리즈라는 팀의 역량 및 원곡의 퀄리티에 대한 음악계 동료들의 인정과 함께 작곡자인 윤상에 대한 리스펙트를 나타내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올해 발표된 앨범에서 러블리즈가 기존의 노선을 탈피하려는 조짐이 보여서 조금 우려가 되는데, 윤상과 원피스가 구축해 준 압도적인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는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찾아내길 바란다.

러블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