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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귀엽게 위대하게, 아이유 - 나만 몰랐던 이야기

한 인간이 지닌 내면의 깊이는 생각에 투영되고, 그러한 생각은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뮤지션이라면 당연히 내면의 결과물인 음악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마련이다.

아래는 아이유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드라마에서 부녀 지간으로 출연했던 배우 정동환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선생님 오늘 연극 참 좋았어요. 매니저오빠랑 저녁 먹으면서 연극 얘기 한참 하다가 이제 집에 들어갑니다! 요즘 그런 것들에 꽂혀 있었거든요. 삶의 의미와 무의미, 하루를 살며 내가 기다리는 것, 그리고 사는 것이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종종 있고요. 이런 시기에 이런 주제의 연극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러키가 들고 다니던 짐보따리에 들은 것이 모래라는 대목이 참 공허하고 슬프게 그리고 무섭게 느껴졌어요. 오싹하고 슬픈 작품이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도 정말 멋지셨어요. 아부지 짱짱!! ㅎㅎ

아마도 연기를 하는 대선배의 입장에서, 자신이 연기한 작품에 대하여 이토록 깊이와 고민이 담긴 응답을 후배로부터 받았다면 누구라도 뿌듯해 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후 연기로 호평받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보여준 이지안 역의 강렬한 눈빛 연기도, 자신의 영혼이 심연의 검은 바닥까지 찍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담아낼 수 없는 아슬아슬하고 서늘한 눈빛을 보여주었다.

아이유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특별한 아티스트이다. K-Pop 아이돌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 음악계에 두 발을 딛고 있지만, 귀여운 외모 뒤에 감춰진 내면의 깊이로 만들어 내는 음악성을 보건데 그녀를 아이돌과 같은 카테고리에 두고 보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음악적 성향에 있어서도 평소에 아이돌 음악 뿐만 아니라 언더 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한도전에서 그 당시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혁오나 자이언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선배 뮤지션들에게 힌트를 주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한 이후, 트렌드에 맞는 음악 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감성까지 담아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성,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고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감각 등을 모두 감안한다면, 현 시대에 활동하는 K-Pop 뮤지션 중 그녀에게 '위대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더이상 부족함이 없다.

오늘의 추천곡은 윤상 작곡, 김이나 작사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 윤상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마이너 발라드 감성을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내면 깊숙한 곳까지 끌어 내리는 힘은 흔히 말하는 요즘 가수들 중에서 아이유 만이 가진 힘이며, '귀여움'과 '위대함'이라는 아무리 보아도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역설적인 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뮤지션이 바로 그녀이다.

아이유 - Real+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