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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선을 넘다, 토이 - 세 사람 (With 성시경)

굳이 고백하자면 나는 가수로서의 성시경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남자로써 보기에 여성들이 뭔가 홀린 듯이 좋아하는 것이 샘이 난다거나 하는 류의 이유는 아니다. 그의 타고난 보이스톤이나 가창력 그리고 그가 불렀던 노래들은 좋아했지만 조금 뒤에 밝힐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동엽, 허지웅, 곽정은, 유세윤 등과 함께 출연했던 마녀사냥이라는 19금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가 한 인간으로써 보여주던, 선명하면서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을 깔끔하게 지켜내는 솔직한 의사 표현과 사고 방식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성시경의 노래들은 좋아했지만 보컬에 빠져들지 못했던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였다. 너무 교과서처럼 반듯하다는 것. 스마트한 인상에 키도 훤칠한데다 공부도 잘했기에 왠지 삶에 커다란 굴곡이 있을 거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저 아래에 있는 감정의 깊은 바닥, 그 지점까지 끝내 도달해야 하는데 매번 가다가 도착점 부근에서 멈춰서는 느낌, 바로 그것이었다. 반면 아이유 같은 경우 어린 나이에 이미 그 지점까지 도달한 적이 있다.

작곡가 김형석이 성시경을 심하게 다그쳤던 것도 아마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 같다. 짐작이지만, 발라드 가수로써 엄청난 재능을 보았기에 조금만 더 바닥으로 자기 자신을 끌고 들어가면 기대하던 그것이 분명 터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던 그가 유희열을 만나 세 사람이라는 곡에서 드디어 자신의 선을 넘고 만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곡에서 성시경은 자신에게 주어진 천재적인 재능을 아낌없이 토해 낸다. 성시경의 매력은 언뜻 매우 편안하고 감미롭지만 왠만한 실력으로는 감히 흉내조차 내기 힘든 깔끔한 고음역 처리에 있는데, 이미 유희열은 김연우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보컬의 선명한 고음역,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담담한 감정선으로 저 밑바닥 감정을 끌어내는 방법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아는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다. 그 기대치에 도달하기 위해 애연가인 성시경이 녹음을 진행하는 동안은 철저히 금연하며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이 곡의 기나긴 녹음이 끝나자 그제서야 참아왔던 담배를 한번에 몰아 피웠다고 한다.

나에게 가수 성시경을 새로이 보게 만들어준 곡으로, 너무 일찍 만나 서로가 어설펐기에 지나쳐야만 했던 첫사랑의 애틋함을 이보다 더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싶은 뮤직비디오에서의 배우들의 열연은, 우리가 한참을 지나쳐 이제는 흐릿해진, 그 때는 눈물 지었지만 지나보니 찬란했던 그 순간을 물끄러미 뒤돌아 보게 만든다.

토이 - Da Capo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