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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장면 전환된 그 곳은 기억이 희미하면서도 매우 익숙한, 그렇지만 유쾌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조교에게 도대체 왜 내가 여기에 있느냐고 따져 묻는다. 심지어 나는 제대할 때 받은 전역증도 아직 보관중이라고 말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다. (실제로 전역증을 아직도 고이 보관중이다.) 오히려 그는 내가 앞으로 하는 걸 봐서 특별히 병장 대우를 해주겠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그깟 병장 대우가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은데 막상 목소리가 크게 나질 않는다.

때마침 눈에 익은 간부 한명이 지나간다. 군대 시절 보통 중사급 보직에 때 아닌 원사님이 오신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분이었다. 그를 붙잡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가 아무런 대답없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나를 전혀 기억치 못하는 텅빈 눈빛으로.

힘껏 뒤척이며 눈을 뜨니 꿈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출근 알람이 몇 시간이나 남은 깊은 새벽.

가끔씩 이런 꿈을 꾸는데 스토리의 줄기가 참 한결 같다. 무언가 국가적인 대착오가 발생해서 내 복무 기록은 모두 말소되고 재입대하는 꿈.

그래도 항상 해피엔딩(?)이라 매번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된다.

이미지 출처: https://ko.m.wikipedia.org/wiki/제102보충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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