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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썸남꿀녀 발라드 극강조합, 레이나 x 정기고 - 헤어질 수 있을까

내가 K-Pop(그 시절엔 가요)을 제대로 듣기 시작한 건 대략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뭔가 순서가 한참 뒤바뀐 것 같지만 그 전에는 J-Pop인 곤도마사히코의 ‘긴기라기니’나 영국 팝음악인 컬쳐클럽의 ‘Karma Chameleon’ 처럼 흥겨운 곡을 좋아하곤 했다. 일본 음악이 금기시 되던 시절에 일본 음악이나 팝부터 먼저 접하게 된 건 부모님이 하시던 한복 사업이 나름 잘 나갈 때 우리 집에서 일하시던 이모나 누나들이 늘상 해적판 카세트 테잎이나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K-Pop에 첫 발을 들이면서 두개의 테잎을 사게 되는데 하나는 이문세 4집, 또 하나는 유재하 1집이었다. 유재하는 그 시대에 만연하던 속칭 뽕끼를 배제하고 완전히 새로운 K-Pop 발라드의 원형을 제시한 천재였고, 이문세 4집의 작곡가 이영훈 또한 몇몇 곡에서는 옛스런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과거와 달리 새로운 형태의 정석적인 발라드를 선보였다. 특히 이문세 x 고은희의 ‘이별 이야기’는 그야말로 남녀 듀엣의 정석을 보여준 곡으로 이후 후배 뮤지션들의 남녀 듀엣 발라드는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된다. 가요계를 뒤흔든 두 명반이 나의 입문작이 된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여겨진다.

시간이 한참 흐른 2014년에 국내 차트 1위를 차지한 두개의 듀엣곡이 있었다. 2월에 발표된 소유(씨스타) x 정기고의 ‘썸’과 6월에 발표된 산이 x 레이나(애프터스쿨, 오렌지캬라멜)의 ‘한 여름밤의 꿀’. 두 곡 모두 달달함의 끝을 보여주면서 그 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레이나와 정기고의 매력적인 보컬을 대중들이 재발견하게 만들어 준 노래였다.

바로 그 레이나와 정기고가 얼마전 ‘헤어질 수 있을까’라는 발라드 듀엣 곡으로 호흡을 맞추었는데 처음 들으면서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이별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두 가수 모두 이 곡에서 화려한 기교나 꾸밈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곡이 표현하려는 슬픈 감정에만 완전히 집중하는 남녀 듀엣 발라드의 정석을 보여주고 특히 2:20 부터 시작되는 고음 하이라이트 구간에서는 다른 가수의 보이스로 대체 불가능한 감성까지 느껴진다.

올해 첫 포스트이자 듀엣 발라드 강력 추천곡. 굳이 단 한가지 흠을 꼽자면 MBN 미쓰백 경연 프로그램을 통한 발표곡이다보니 앨범 커버의 퀄리티가 노래와 전혀 상관없는 저 세상 수준이라는 것 뿐.

이미지 출처 : https://www.mbn.co.kr/tv_sub/844/5322
이미지 출처 : https://namu.wiki/jump/IOsG6z46DMvICWj8kNrWk6Ra0os9H%2BpFT%2B%2F%2FwQXmg46zz86Q708Z72ss%2BATPcT6UGx127sCrcr904JMkGx5%2BpizhsYLohLwVhG5YZDjKSWuPZqzFsbEcFR1RCIzRA6%2BQXVKnziBaAe3sHcqnL7xEeblfsSkFKaQL%2BWohItGjT8YqB32OY5A%2FJHN%2Fon1jTdDTAMYUfbzsTlR9Er%2BUnJhi7Q%3D%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