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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rock

잊고 지냈던 꿈, Mr.Children - くるみ (Kurumi)

2000년대 중반 즈음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된 일본 밴드의 뮤직 비디오가 있었다.

노래 제목은 Mr.Children의 くるみ (Kurumi).

뮤직 비디오에는 현실에 찌들어 무기력한 눈동자를 지닌 한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우연히 길거리 상점 창가에 전시된 기타를 바라 보게 되고 집에 돌아오자 영감이 떠올라 단숨에 새로운 노래를 만들게 된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음악의 꿈, 그 꿈을 일깨워 줄 두 개의 팀 이름 후보인 Mr.Children과 Mr.ADULT를 크게 종이에 적어 두고 잠시 고민하다가 Mr.ADULT로 최종 결정한다.

젊은 시절 같이 음악을 했던 한 친구에게 바로 달려가 새로운 곡을 들려주고 다른 멤버들에게도 다시 연락을 넣는다. 그들은 모두 과거의 꿈을 잊고 음식점, 건설현장 노동자, 상점 등을 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오랜 고심 끝에 마지막 남은 동료 한명까지 의기 투합해 팀이 다시 결성되는데 그들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무대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새로운 노래를 연주한다. 바둑 두는 기원, 임산부 태교를 위한 작은 병원 강당, 결혼식 축하연 등... 하지만 왠지 관객들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미지근하다.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귀가하는 저녁, 주인공은 씁쓸하지만 딱히 허무해 보이지 않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두 개의 팀 후보 이름이 적혀 있던 종이를 동그랗게 구겨 길가에 버린다.

그 종이를 뒤따라 걸어 오던 청년이 주워서 펼쳐 보게 되고 선택되지 못한 Mr.Children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결성해 음악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꿈과 현실 사이에서 철저하게 현실을 택한 우리가 만약 현실 대신 꿈의 손을 들어 주었더라면 지금 손에 쥐어진 것 중 어느 것과 등가교환 또는 부등가교환이 되어야 할까?

무엇을 포기하고 지내왔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노래.

Mr.Children - くるみ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