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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rock

파티는 끝났다, Guns N' Roses - November Rain

중학교 시절 헤비메탈을 즐겨 듣던 무리에 속해 있던 내게 친구가 강력 추천했던 음반이 있었다. 나를 장르에 입문시킨 친구였기에 큰 기대를 안고 중학교 근처 아파트 지하 상가에 위치한 레코드 가게에서 테이프도 아닌 무려 레코드로 거금을 들여 구입한 음반은 바로 Guns N' Roses의 야심만만한 데뷔 앨범 Appetite for Destruction.

내가 구입했던 초기 앨범의 커버는 로봇이 한 여성을 강간하는, 그야말로 흉폭하기 이를데 없는 일러스트였는데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미국에서조차 이 커버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기에 결국 욕을 바가지로 먹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애교 넘치는(?) 커버로 바뀌게 된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락 발라드로 유명한 스콜피온즈가 똘끼 넘치던 팀 초기 시절에 발표한 Virgin Killer 앨범 커버와 더불어 팝 음악 역사상 선 넘은 쟈켓 이미지를 꼽는다면 거의 한 손가락안에 드는 앨범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든 큰 기대를 안고 노래를 정주행한 느낌은 매우 좋지 않았다. 그 당시 좋아했던 머틀리 크루나 스키드 로우 처럼 시원시원한 느낌이 아닌 슬래쉬의 끈적거리는 블루지한 기타 연주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액슬 로즈의 보컬(나는 정확하게 불호쪽이었다.)은 아무래도 빠져 들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무슨 오기였는지 Guns N' Roses의 음반을 이후에도 몇 장 더 구매하고 몇 번이나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들어 보면서 좋아하려고 애썼지만 끝내 취향을 바꾸진 못했다.

하지만 내 취향과 전혀 상관없이 당대의 꽃미남 액슬 로즈는 성조기가 그려진 쫄 반바지를 입고 골반을 살랑거리는 섹시 댄스로 여심을 흔들며 무대 위를 날뛰었고 담배를 꼬나문 슬래쉬는 기타를 허리춤 아래로 길게 늘어뜨려 특유의 특유의 허세 넘치고 끈적거리는 기타 솔로를 퍼부어 댔다. 그리고 화려한 공연이 끝난 뒤에는 잘 나가는 락 밴드들이 늘상 그랬듯 열성 여성팬들과 함께 밤새 술을 퍼 마시고 섹스 파티를 벌이곤 했다.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던 헤비메탈의 시대는 너바나를 위시한 얼터너티브락의 등장과 포화 상태에 이른 장르에 대한 대중의 식상함 덕분에 급격히 저물어 갔고, 그나마 최후의 보루였던 Guns N' Roses 조차 몰락하기 시작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환락의 파티는 끝이 난다.

시간이 지난 이후엔 Guns N' Roses를 한 시대를 주름잡은 밴드였지만 그저 내 취향에 맞지 않았던 팀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내 취향에 가까운 곡이 하나 있다면 November Rain 이었다. 고 신해철은 이 곡을 영국 밴드 레드 제플린이 1971년에 던진 Stairway to Heaven이라는 질문에 대하여 무려 20년이 흐른 뒤 미국 밴드가 화답한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는데, 취향이 맞지 않는 나 조차도 전성기를 맞이한 밴드의 음악이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위대함까지는 차마 부인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통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한가지 있다. 이 곡의 뮤직 비디오에서는 왜 소나기가 내리자 사람들이 음식이 세팅된 테이블 위로 점프를 하며 그 난리 부르스를 추고 심지어 신부는 비를 맞고 죽기까지 하는지 말이다. 마치 피구왕 통키 아버지가 피구하다 죽은 것처럼... 도대체 이 곡의 뮤직 비디오 전개는 왜 이런걸까?

Guns N' Roses, Use Your Illusion I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