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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rock

Testament - D.N.R. (Do Not Resuscitate)

직장에서 오늘 주옥같은 일이 있었는가? 돌+아이 같은 인간에게 조카 18색깔 크레파스를 선물하고 싶은 하루였나? 그렇다면 당신을 위해 탄창에 장전된 곡이 있다.

바로 Testament의 최고 명반 The Gathering(1999년작) 타이틀곡인 D.N.R. (Do Not Resuscitate).

마치 반도체 업계 최강자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AMD를 훌쩍 떠난 반도체 설계의 대가이자 방랑자 Jim Keller처럼, 여러 밴드를 떠돌며 명반을 선사한 데스/스래쉬 메탈계의 초절정 기타 테크니션 James Murphy와 4대 스래쉬 메탈 밴드 Slayer 소속임에도 뭐가 아쉬웠는지 그 팀을 박차고 나온 괴물 드러머 Dave Lombardo가 합류한 이 앨범은 살벌한 타격감을 자랑한다.

비록 이들이 4대 스래쉬 메탈 밴드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도대체 누가 어떻게 정했는지 알 수 없는 기준 따위가 뭣이 중헌가. 이들의 데뷔년도를 따져 보자면 Metallica(1981년 데뷔)에 버금가는 양대 거성 Megadeth(1983년 데뷔)와 같기에 나름 장르의 조상격인 셈이다.

Testament 사운드 정도가 내가 딱 기분좋게 청취할 수 있는 헤비함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데, 그로울링 속에서도 음가가 살아있는 보컬과 정통 스래쉬 메탈의 형식미를 유지하는 리프 덕분이다. 이보다 훨씬 과격한 형태의 데스 메탈류는 오직 파괴 그 자체만을 갈구하는 듯한 극단성이 느껴져 썩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상 스래쉬 메탈보다 오히려 데스 메탈에 가까운 성향의 Slayer의 희대 명반을 구입하고도 앨범을 끝까지 제대로 플레이하는데 실패한 이유도 바로 저런 맥락이었다.

David McKean이 작업한 앨범 아트웍은 에일리언 시리즈 디자인으로 유명한 스위스 미술가 H. R. Giger가 떠오를 정도로 기괴하면서도 사악함이 물씬 느껴진다. 타이틀곡인 D.N.R. 외에도 수록곡 전반에 걸친 그로울링한 보컬과 정교하고 치밀한 기타 리프, 가공할만한 더블 베이스 드러밍의 질주감은 험악한 앨범 아트웍 수위에 전혀 손색이 없다.

다만 철저히 개인 취향 탓에 이 정도 수위까지 무려 수면용 음악의 허용 범위(?!)에 속하지만 이런 류 음악을 매우 혐오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의를 요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testamentlegions.com/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