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rock

디아블로의 추억, Megadeth - Conquer... Or Die!

학교 앞 자취방에서 나와 룸메이트는 두대의 컴퓨터를 IPX 네트워크로 연결해 멀티 플레이로 디아블로 1편을 즐기곤 했다. 나는 최전방 딜을 담당하는 전사로, 룸메이트는 후방에서 힐링과 공격을 담당하는 마법사로 역할을 나누어 결국 최종 보스인 디아블로를 물리쳤다. 주인공이 디아블로의 투구를 머리에 쓰자 그가 악마가 되어버리는 결말이었다.

그 충격적인 엔딩과 함께 마을에서 휴식을 취할 때 들려오던 음산한 스페니쉬풍의 클래식 기타 연주곡 Tristram Village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Diabo 1 OST - Tristam Village

스래쉬 메탈계 양대산맥인 메가데스가 라틴 아메리카에서 태어난 클래식 기타리스트 출신 키코 루레이로를 영입한 뒤 발표한 Dystopia 앨범(2016년)의 연주곡 ‘Conquer... Or Die!’는 그 디아블로 음악의 분위기를 쏙 닮았다.

특히 키코 루레이로는 이제서야 메가데스 역대 최고의 기타리스트였던 마티 프리드먼의 흔적을 지울만한 절정의 연주력과 센스를 지닌 멤버이기에 앞으로 나올 메가데스의 신보들은 꽤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늘상 세기말 분위기가 물씬나는 앨범 재킷과 함께 어둠의 자식들 같은 강력한 음악을 자랑하는 팀이지만, 멤버들끼리 동그랗게 모여 단체 기도를 마치고 아멘을 외친 뒤 무대에 올라가는 이 형님들의 모습은 의외의 반전미(?)가 있다고나 할까…

Megadeth - Dystopia (2016)
Megadeth - Conquer... Or 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