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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c G3 266 - Blueberry (Rev. C)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1998년 5월 6일 요상한 컨셉의 일체형 컴퓨터를 세상에 발표하게 되는데, 바로 속이 살짝 비치는 반투명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모니터 일체형 매킨토시인 iMac G3였다.

스티브 잡스가 총애한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대표작인 iMac G3는 발표 직후 귀엽고 예쁘장한 디자인과 그 당시 인텔 펜티엄2를 탑재한 Windows PC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 대비 성능 덕분에 세계적으로 엄청난 대히트를 치게 되고, 다 죽어가던 애플을 부활시킨 주역이자 스티브 잡스의 화려한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iMac G3의 엄청난 인기 덕분에 그 부작용으로 투명한 플라스틱 소재를 남발한, 말도 안되는 디자인의 허접한 제품들이 한 때 우후죽순처럼 시장에 넘처나기도 했었다.

사실 iMac G3는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과감히 제거하고 CD-ROM만 탑재하였을 뿐 아니라 외장기기 확장 포트로는 아직 널리 유행하지 않았던 USB 포트만 달랑 제공하는 등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 굉장히 파격적인 컨셉의 컴퓨터였다. 그동안 경험했던 두 대의 매킨토시 파워북 시리즈의 성능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던지라 나는 이제 노트북 대신 데스크탑 기종을 알아보게 되었는데 마침 가격도 저렴해서 예산에 딱 들어 맞았던 iMac G3의 3세대인 iMac G3 266 - Blueberry (Rev. C)을 중고로 구매하게 된다. 

iMac G3의 첫 인상은 내가 그동안 간절히 바랬던 바로 그 쾌적함이었다. CPU인 PowerPC 750(G3, 266Mhz)은 분명 내가 성능으로 줄기차게 까댔던 PowerPC 603e의 직계 후손인데, 이게 클럭 빨인지 아니면 512k의 L2 캐시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존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성능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15인치의 내장 CRT 디스플레이 화질도 그럭저럭 준수한 편이고 전체적인 디자인도 아주 예쁘장해서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맥 중에서도 굉장히 만족도가 높았다. 여담이지만 iMac G3는 LG전자 한국 공장에서 OEM으로 완제품을 생산했던지라 알고 보면 나름 Made in Korea 제품이기도 했다.

사실 맥이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게이밍 쪽은 참 별로인데, iMac G3의 경우는 CPU 성능이나 그래픽 카드 성능이 꽤 괜찮은 편이어서 닌텐도 슈퍼 패미콤이나 SNK 네오지오 같은 게임 콘솔 에뮬레이터가 아주 기가 막히게 돌아갔다. 게다가 Virtual PC라는 맥용 윈도우 에뮬레이터를 개발하던 Connectix사가 시장에 역대급 대형 사고를 하나 치는데, 바로 Virtual Game Station이라는 SONY PlayStation 에뮬레이터를 iMac G3용으로 발표한 것이었다. 덕분에 그 당시 명작이었던 플스용 게임인 Metal Gear Solid를 iMac으로 클리어 했었고 거의 성능 저하 없이 쾌적하게 플레이 가능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연히 Virtual Game Station은 발표 직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았고 이에 위협을 느낀 SONY가 곧바로 Connectix사에 소송을 걸게 된다. 이 소송전에서는 결국 SONY가 패소하게 되지만 우여곡절 끝에 Virtual Game Station 자체를 적대적 인수해 버리면서 아쉽게도 결국 그 수명이 다하게 된다.

그 외에도 블리자드의 스타 크래프트나 디아블로 같은 유명한 게임도 맥용으로도 같이 출시가 되었기 때문에 게임 면에서 그다지 큰 아쉬움은 없었다. 그 당시 룸메이트의 Windows PC와 IPX 네트웍으로 연결해서 디아블로나 스타 크래프트를 같이 즐기곤 했는데, 디아블로 최종 보스를 때려잡기 위해 내가 전사 캐릭터로 주 공격을 맡고, 룸메이트가 마법사 캐릭터로 나를 힐링하면서 클리어 했던 쫄깃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게임 엔딩은 악마 디아블로를 물리친 주인공이 다시 디아블로가 되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다만, 그 당시 iMac에서 사용하던 OS인 Mac OS 9은 모던 OS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사실상 한참 구버전 Mac OS인 System 시절부터 전승되어 온 구세대 아키텍처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땜빵 수준의 부가 기능과 함께 단순히 스킨만 예쁘장하게 바뀐 정도였다. 덕분에 어플리케이션이 OS보다 우선하여 모든 하드웨어 리소스를 잡아먹는, 지금으로썬 정말 말도 안되는 비선점형 멀티태스킹 방식의 치명적인 단점 또한 여전했다. 물론 머지않아 애플이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NeXT 컴퓨터 시절 만들었던 BSD Unix 계열의 NeXTSTEP OS를 기반으로 차세대 Mac OS인 OS X 첫 버전을 발표하면서 맥도 드디어 Microsoft가 DEC(Digital Equipment Company)의 OS 개발팀을 대거 영입하여 만든 Windows NT를 뒤따라서 모던 OS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대학교 졸업 때까지 사용했던 iMac G3는 Macintosh LC 475 이후 간만에 내게 많은 추억을 남겨 주었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인상깊은 기종이었는데, 오래전 일이라 무슨 이유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취업 및 대학 졸업을 얼마 앞두고 처분하게 되었고 이제는 이베이 같은 곳에서도 상태 좋은 물건이 드물어서 아직도 그 점이 후회가 되곤 한다.

iMac G3 266 - Blueberry (Rev. C) Official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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