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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rock

우리 밴드가 달라졌어요, Scorpions - Blackout 대중들에게는 'Always Somewhere'나 'Holiday' 같은 소프트한 넘버로 매우 유명하지만 초기의 스콜피온스는 그런 소프트함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팀이었다. 당대의 천재 기타리스트 울리 존 로스(Uli Jon Roth)와 함께 하던 70년대의 스콜피온스는 사이키델릭 또는 프로그레시브 성향이 매우 짙은 난해한 음악을 주로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그가 보여준 정교한 연주는 이후에 등장한 불세출의 스웨덴 기타리스트 잉베이 맘스틴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정통 하드락이나 글램 메탈 장르을 하고 싶었던 나머지 멤버들과의 의견 대립으로 울리 존 로스는 팀을 떠나고 새 기타리스트인 마티아스 얍스(Matthias Jabs)를 영입하게 된다. 스콜피온스는 리드 기타리스트가 바뀔 때마다 음악적.. 더보기
Architects - Animals 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을 뜯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투입되었던 프로젝트의 어떠한 사정 덕분에 저녁을 챙기지 못한 그날은 마침 생일날이었다. 평소에 그런 것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으니 그다지 아쉬울 건 없었다. 어쨌든 허기를 채워야 하므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잠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그날은 왠지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10년전 나는 그렇게 여기저기 프로젝트를 떠도는 소프트웨어 아키텍트였다. 프로젝트를 철수한 후 별다른 예정이 없어 다음주는 본사로 출근해야하나 싶으면 일요일밤 늦은 즈음에 팀장에게 지령이 왔다. ‘너는 월요일부터 어디에 있는 어느 프로젝트로 가면 된다.’라고. 그렇게 몇년을 살았지만 사실 내가 다른 아키텍트들만큼 고생했다고 딱히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나.. 더보기
Linkin Park - Crawling 체스터 베닝턴의 노래가 끝나자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참가자들이 체념한 표정으로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 한명이 떠나며 밴드 멤버들에게 말했다. ‘저런 보컬을 놓치면 너희들은 멍청이야.’라고. 1999년 그렇게 그는 밴드 린킨파크의 보컬이 되었다. 2017년에 자기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들의 데뷔앨범 Hybrid Theory는 두달만에 500만장을 팔아치웠고 무명이던 밴드는 단숨에 밀레니엄 시대의 첫장을 찢어버린 수퍼밴드가 되었다. 락 역사에 길이 남을 이 데뷔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In The End’이지만, 개인적인 추천곡은 자신의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듯한 가사가 담긴 ‘Crawling’. 미성과 스크리밍을 넘나드는 체스터의 보컬을 듣고 있노라면 그의 부재가 점점.. 더보기
원 히트앨범 원더, Evanescence- Bring Me To Life 뮤지션의 일생에서 단 하나의 노래만 크게 히트한 경우를 원 히트 원더라고 부른다. 하지만 에반에센스는 데뷔 앨범 Fallen의 엄청난 성공과 음악적 성과로 2004 그래미 어워드의 최고 신인상까지 수상하면서 한때는 린킨파크, 림프 비즈킷 등으로 대표되는 누메탈 장르의 차세대 유망주이기까지 했으니 그런 야박한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고딕 성향의 청아한 보이스를 지닌 ‘에이미 리’와 단숨에 꽂히는 멋진 리프를 쏟아내는 기타리스트 ‘벤 무디’의 찬란한 화학적 결합은 아쉽게도 이 데뷔 앨범 한장으로 끝이 나게 된다. 무시무시한 음악적 화합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극심한 불화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후 각자의 팀으로 나뉘어 음악 활동을 이어가지만 둘중 어느 누구도 단 한장, 이 앨범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한.. 더보기
Polyphia - Champagne (feat. Nick Johnston) 새해 첫 출근 주부터 멀티 태스킹으로 할 일이 넘쳐나서 마음 속으로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반복하는 중. 이렇게 머리속이 혼잡하면 예상외로 복잡한 음악이 풀어줄 때가 있다. 연주 음악을 주로 하는 Polyphia는 장르상 프로그레시브 메탈로 분류되긴 하지만 한참 선배인 Dream Theater 나 Symphony X 등에 비하면 훨씬 퓨전스럽고 멜로디로만 보면 오히려 팝에 더 가까운 편. 데뷔 앨범 Muse(2014)의 수록곡 Champagne에서 두명의 기타리스트가 서로 똑같은 기타(아마도 뮤직맨 브랜드)로 주고 받는 거의 피킹반 소리반에 가까운 속주와 무시무시한 테크닉의 향연이 머리 속을 한바탕 휩쓸고 나면 뜻밖의 상쾌함이 느껴진다. 뮤직비디오에서 의외로 인상적인 점은 메탈 장르 뮤지션임에도 품행.. 더보기
Strange and Beautiful, 새소년 - joke! 제목 만큼이나 독특한 인상을 주었던 헤비메탈 밴드 Crimson Glory의 1991년 앨범 ‘Strange and Beautiful’. 새소년의 신곡 joke! 뮤직 비디오를 보니 한참 잊고 있던 그 앨범명이 떠올랐다. 새소년의 대표곡 난춘을 비롯해서 기존의 내츄럴한 밴드 사운드와 서정적인 감성도 물론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와 180도 다르게 이런 중성미 넘치는 Badass 스타일이 내 원초적인 취향을 더 자극한달까? 최근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로 유명해진 보컬 황소윤의 본업 반전미를 보여주는 곡으로, 본래 곡이 그렸던 이미지를 국내 심의 제도의 한계 속에서 최대한 영상에 담아보려 나름 애쓰지 않았을까 싶다. 더보기
백색의 간달프, Whitesnake - Here I Go Again ‘87 주화입마(走火入魔)는 운기조식 할 때 외부에서 충격을 받거나, 심마 같은 마음에 큰 동요가 있을 때, 혹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과하게 영약을 복용했을 때 몸 안에 도는 기를 통제하지 못하여 내공이 역류하거나 폭주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출처: https://namu.wiki/w/주화입마) 가수들에게 성대결절이란 무협지에 나오는 주화입마와 비슷하다. 성대를 지나치게 혹사하다가 한번 성대결절에 걸리고 나면 음역대가 크게 깎여 나가고 예전 실력을 되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세출의 락 보컬이던 데이빗 커버데일 또한 가수에게 악몽과도 같은 이 성대결절을 피해가지 못했는데 수술과 재활치료 이후 당연히 실력이 떨어질 거라는 대다수의 예측과는 달리 막힌 혈자리라도 뚫린 것인지 오히려 초고음의 샤우트를 .. 더보기
Santana - Smooth (Feat. Rob Thomas) 기타리스트 Santana의 음악을 소개하자면 오래전 국내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은 Europa(1976년)외에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Smooth(1999년)를 빼놓을 수 없다. 보컬로 참여한 Rob Thomas는 보통(?)의 락스타들과 달리 가정적인 사람으로도 유명한데 그가 속한 Matchbox Twenty는 메탈 키즈인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몇 안되는 얼터너티브 락 밴드이기도 하다. Smooth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Santana 기타의 매력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곡으로 Rob Thomas의 씹는 듯한 보컬이 더해져 라틴 음악 특유의 뜨겁고 끈적이는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다. 그나저나 후속 앨범 Shaman도 그렇고 이 곡이 수록된 Supernatural 앨범의 아트웍 또한 무언가 성황당스러움이 물.. 더보기